며칠 전 카페에서 지인을 만나고 있다가 진기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20∼30대가 대부분이었던 카페 안에서 어느 순간 모두가 똑같은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겁니다. 한 톱스타의 가족사. 요즘 커피 전문점의 테이블 간격은 옆자리 타인이 어제저녁 무얼 먹었는지까지(굳이 알고 싶지 않은데도) 알아야 할 정도로 좁습니다. ‘멀티유저’가 된 사람들은 눈앞의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겨 봅니다. 그러다 일제히 SNS를 통해 속보로 뜬 그 뉴스를 접한 것이지요.

테이블마다 똑같은 이름이 오가는 게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했습니다. 결국 세상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스타. 요즘 익숙한 말로 ‘셀럽’(celebrity·유명인) 아니겠습니까. ‘방귀만 뀌어도’ ‘문턱만 넘어도’ 화제가 되는 ‘그들’의 시대입니다.

저는 직업적으로도 매일 남(셀럽)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요. 남 못한 거, 남 잘한 거, 남이 결혼한 거, 남이 디자인한 거, 남이 노래한 거, 남이 책 낸 거 등등. 이쯤 되면 남의 인생을 또 남(독자)에게 알려주는 게 제 인생인가 봅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다른 신문사 (마찬가지로 남의 인생을 좇으며 살고 있는) 기자는 갑자기 섹스칼럼니스트가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약간 부끄러운지) 필명도 하나 지어달랍니다. 이유를 물으니 “내 인생을 살겠다” “내 글을 쓰겠다”고 하더니 끝에는 “유명해지고 싶다”고 합니다. “뭐든 셀럽이 해야 이야기가 되잖아. 책을 내도, 그림을 그려도, 사진을 찍어도, 옷을 만들어도…. 중요한 건 그게 다 또 돈이라는 거지. 셀럽이 해야 사람들이 지갑을 열어. ‘악명’이라도 괜찮아. 일단 유명해야 해.”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이야기가 되니까 셀럽이 된 건지, 셀럽이니까 이야기가 되는 건지…. 소모적인 수수께끼는 제쳐두고, “돈이 된다”는 그 말은 맞습니다. 연예계 대표 패셔니스타 공효진이 한 신발 브랜드와 협업해 디자인한 상품은 늘 완판(품절)입니다. GD(지드래곤)를 ‘뮤즈’로 한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획 전시에도 관람객이 북적거립니다. 인기 아이돌이 주연 더블 캐스팅 중 한 명이나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건 뮤지컬 ‘흥행 공식’ 중 하나고요.

섹스칼럼을 쓰는 게 어째서 ‘자신의 인생’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기자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이름이 알려지면 인지도를 활용해 책과 사진 등으로 (돈벌이가 되는)‘세계’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눈에 띄려면 이름부터 잘 지어야 한다며 고심 중입니다. ‘동방신기’처럼 네 글자를 추천해 달라길래 농으로 ‘풍신수길’은 어떠냐고 했더니, 국민 정서상 그건 안 된다고 하네요. 아쉽네요, 시작부터 유명해질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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