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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간 도시 남자들 / 김선혜 지음 / 즐거운상상

특별한 아이에서 행복한 아이로 / 이진주 지음 / RHK

어쩌다 (일 때문에) 제주도에 갔다가, 사는 게 참 한심해지면서 나중에 제주도에서 딱 1년만 살아볼 테다 하는 생각을 해봤다. 직장 생활에 찌든 도시인에게 ‘은퇴 후 1년이라도…’의 ‘로망의 섬’ 제주. 2014년에만 월평균 1100여 명이 제주로 이주했다. 좋은 경치만 바라본다고 배부른 것은 아닐 테고, 제주로 이주한 가장들의 화두는 “뭘 해 먹고 살아야 하는가?”이다.

‘제주도로 간…’은 가족과 함께 이주한 가장 12명의 ‘좌충우돌 직업 구하기’ 스토리다. 지은이는 서울 토박이로 아이들을 제주에서 키우고 싶어 2010년부터 준비한 끝에 2013년 마흔에 이주에 성공한 주부이자 중학교 교사. 일식당을 정리하고 내려온 남편의 ‘직업 구하기’ 이야기가 블로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이 책을 쓰게 됐다.

시스템 엔지니어가 돌담 쌓는 기술자가 되고, IT 해외영업을 하던 이가 관광버스 기사로, 대기업에서 영업관리를 하던 이가 중장비 기사로, 회사원으로 살아온 이가 마흔에 경찰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합격하는 등 제주에 살기 위해선 ‘육지의 과거’를 과감하게 버리는 ‘변신’이 필수다. 12명의 분투기와 조언이 감동적이면서 실제 제주 이주를 꿈꾸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된다. 제주도에서만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정보, 숙박업이나 식당 운영을 할 때 알아두면 좋은 팁 등 깨알 정보가 가득하다.

‘특별한 아이에서…’는 좀 다르다. 강남에 살다가 자녀 교육 때문에 제주로 간 이른바 ‘교육이민자’가 썼다. 저자는 대기업과 언론사 기자 등을 지낸 ‘커리어 우먼’ 출신. 지능지수 상위 0.1%의 영재인 큰아들과 둘째(각각 ‘소구리’와 ‘요구리’가 애칭)를 둔 부부는 아이의 교육 방향을 놓고 고민했다.

1990년대 ‘강남키드’로, 왕년에 영재교육을 받아보았으며, 대치동 교육 현실을 겪어본 저자는 한국식 영재교육의 허점을 잘 안다. 책머리에 저자는 김애란의 단편소설 ‘서른’에서 학원강사인 서른 살 여자가 했던 말을 인용한다. “요즘 저는 하얗게 된 얼굴로 새벽부터 밤까지 학원가를 오가는 아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요.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영재교육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너는 자라 네가 되고, 그래서 사람은 온전한 자신일 때 비로소 천재가 된다”는 것이다.

강남 한복판에서 엄마고 애들이고 ‘괴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벗어나 제주를 택했다. 영재인 큰 아이에게는 대치동의 선행학습 경쟁에서 벗어나 유년기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작은 아이에게는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제 모습대로 성장할 기회를 주고 싶어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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