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양주식 씨가 지난 21일 울산 울주군 범서읍 무료급식소에서 마리오네트 공연을 벌이기에 앞서 인형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양주식 씨 제공

주말이면 ‘피에로’ 변신 봉사의 삶… 현대차 양주식 씨

“아직 서툰 실력이지만, 힘들고 어려운 분들에게 작은 즐거움이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3공장 생산현장에 근무하는 양주식(49) 기술기사는 요즘 일반인에게는 조금 생소한 마리오네트(marionette)에 흠뻑 빠져 있다.

자신이 직접 만든 나무 인형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공연하는 인형극이 너무 즐겁기 때문이다. 마리오네트란 목각 인형의 관절 마디마디를 실로 묶어 사람이 줄을 조종해 움직이도록 연출하는 인형극을 말한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19세기 유럽에서 성행했다.

3년 전 교회에서 일하는 친형으로부터 마리오네트를 배운 양 씨가 현재 보유한 인형은 모두 10여 가지. 모두 양 씨가 직접 나무를 구해 조각칼로 제작한 것들이다. 처음에는 인형의 관절이나 눈동자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어색했는데, 지금은 여느 전문가가 만든 제작품 못지않게 잘 작동된다고 한다.

그는 2년 전부터 자신이 만든 인형에 노래와 춤을 가미한 공연 작품을 만들어 한 달에 2번씩 울산지역 무료급식센터나 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인형극을 선보이고 있다. ‘갑돌이 갑순이’ ‘청개구리’ ‘피에로 아저씨’ ‘색소폰 부는 아저씨’ ‘양 노인’ 등이 그가 자주 선보이는 작품이다. 인형마다 지정 노래가 있고, 그 노래의 곡과 가사에 맞춰 인형들이 손과 발 등 관절을 움직이며 춤을 추는 게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양 씨는 회사에 다니면서 인형을 만들고 공연 연습을 하느라 항상 바쁘지만, 머릿속에는 작품 준비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지난달 요양병원에서 공연을 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내 평생에 이런 거 처음 봤다’며 손도 잡아주고 인형에게 용돈도 주시더라”며 “관객들이 즐거워할 때마다 이분들을 위해 다음에는 더 재밌고, 즐거운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솟아오른다”고 말했다.

양 씨는 지난 21일에도 오후 출근을 앞두고 울산 울주군 ‘사랑 나눔과 섬김이’ 무료급식소에서 한 시간여 동안 마리오네트 공연을 펼쳤다. 이날 50여 명의 노인이 노래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상황에 맞게 표정을 짓는 인형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는 1년 전부터 배운 색소폰 공연도 함께 펼쳐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양 씨는 “부족한 게 많지만 관객들이 잠시나마 어려움을 잊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고 말했다.

울산=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