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디스·性的 비하… 설익은 래퍼, 어머님이 누구니?

“욕설, 디스, 성적 비하가 랩의 필수 요소인가요?” 한 힙합 뮤지션에게 물었습니다. “그건 힙합을 잘못 배운 겁니다.” 이 뮤지션은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래퍼들의 대결을 그린 케이블채널 Mnet ‘쇼미더머니4’는 힙합을 잘못 배운 몇몇들이, 힙합 전문가가 아닌 대중에게 잘못된 힙합을 주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쇼미더머니4는 출연자 중 한 명인 아이돌 그룹 위너의 멤버 송민호가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를 읊조려 논란을 빚은 데 이어, 또 다른 참가자인 블랙넛이 죽부인을 들고 나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선정적인 랩을 해 잠시 녹화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멘토 격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프로듀서들이 이 퍼포먼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소식은 그나마 파행으로 치닫는 쇼미더머니4가 보여준 희망입니다.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의 약자로 상대방에 대한 비판을 담은 ‘디스’는 힙합의 하위문화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무분별한 비난으로 흐를 때가 많죠. 그 끝은, 결코 아름답지 않습니다. 힙합의 본류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1990년대 동부와 서부 힙합 뮤지션들이 서로를 비난하는 디스전(戰)을 펼치다가 1996년 9월 서부의 투팍, 1997년 3월 동부의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힙합 뮤지션이 총격으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죠. 이후 힙합계 내부적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총기 소지가 불법인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힙합을 한다고 뻐기는 몇몇 치기 어린 래퍼들의 뻔뻔한 랩은 누군가를 ‘인격 살인’할 수도 있죠. 특히 문화적 표현에 관대한 미국에서조차 여성, 어린이, 장애인 비하는 금기시돼 있는데 한국의 일부 래퍼들은 이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여과지 역할을 해야 하는 유명 방송 프로그램은 이를 방조하는 모양새입니다.

‘아~ 예!’나 ‘요’를 외치며 외국에서 살다온양 발음을 꼬고, 티셔츠 소매 밖으로 문신을 드러내며 스냅백을 삐딱하게 쓴다고 힙합 전사는 아니죠. 외양은 삐딱할지라도 생각만큼은 반듯해야 모두가 공감할 만한 랩 가사를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동안 여성을 비하하는 랩을 자주 구사해온 미국 서부 힙합의 자존심 스눕독은 딸을 낳은 후 뒤늦게 자신의 언행을 반성했습니다.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며 힙합이라는 미명하에 자행하던 자신의 과오에 눈을 뜬 거죠. 비난과 비판, 비유와 비하를 구분하지 못하는 ‘자칭 래퍼’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박진영이 부릅니다. ‘어머님이 누구니?’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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