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사회관계장관회의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서울·충북 등 4개 교육청 공문
전북 학교 70% 당직 안서기로

교장·교감이 번갈아 근무할 판
학부모 “학생안전 외면하면 안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방학기간 당직근무 불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지역에 따라 과반수의 학교가 방학 동안 당직 교사 없이 운영될 상황에 직면했다. 내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부모들은 도서관과 운동장 등의 개방으로 방학 중에도 학교에 나가는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전북·제주·충북 등 4개 지역 교육청은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휴업일 중 교원의 복무 관련 안내’라는 제목으로 “방학 중 강제적 근무조 운영은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9일 발송했다. 공문은 “학교 운영상 근무가 필요한 경우 교무회의 등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 민주적으로 결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 따르면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교무회의에서 “방학 중 당직근무는 교사 본연의 업무가 아니다” “방학기간 당직근무로 교사들이 연수 기회를 잃는 등 재충전에 방해가 된다” 등의 이유로 ‘당직근무 불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육청들의 이 같은 조치는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약에 근거한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지난해와 올 초에 걸쳐 단체협약을 맺었다. 지난 6월 3일 대법원이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함에 따라 전교조는 현재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실상 ‘법외노조’ 신분이다. 파기 환송심에서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확정되면 과거 시·도교육청과 맺은 단체협약도 효력을 잃는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최근 전북지역 학교에 “교사에게 재량휴업일 등에 강제로 근무를 배정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와 관련, 소병원 전북 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전북 지역 전체 초·중·고등학교 교사 60∼70%가 방학 중 당직을 서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도 서울시교육청 산하 지원청이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별로 교무회의에서 방학기간 일직을 서지 않는 것을 논의 중이다. 교사들이 당직근무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3∼4주씩 이어지는 여름방학 동안 당직근무를 교장과 교감이 번갈아 서야 한다.

학부모 단체들은 많은 학교가 방학 중에도 학생들을 위한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 스포츠교실 등으로 학교를 개방하는 상황에서 당직 교사 없이 교장·교감 2명과 외부 강사들만으로는 학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경자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안전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유진·김동하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