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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경제학의 혁명 / 브루노 S 프라이 지음, 유정식 외 옮김／부키

행복산업 / 윌리엄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동녘

그동안 행복을 다룬 책들을 한 트럭까지는 아니지만 한 박스 정도는 읽은 것 같다. 그 결과 행복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행복에 관한 상식은 많아졌다. 이를테면 리처드 스코시는 행복이란 ‘집에서 멀지 않은 안정적인 일터에서 즐겁게 일하고 동료들과 한잔 걸친 후 집에 가서 섹스하는 것’이라고 했다. 행복은 평범하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인간은 몰입할 때 행복하다며 몰입이론을 발표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긍정심리학을 창시한 마틴 셀리그만까지 행복이론은 흔해졌다. 하지만 심리학자나 종교인들에게 맡겨두기에는 행복이 너무나 중요했던지 경제학과 산업적 측면에서 행복을 다룬 책이 등장했다.

‘행복, 경제학의 혁명’은 독자에게 ‘행복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시한다. 언뜻 경제학이라는 학문과 주관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행복이 어울릴까 싶다. 하지만 이 단어 속에는 인간이 경제활동을 통해 효용을 얻는 합리적 존재라고 믿어온 주류 경제학의 오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담겨있다. 최근 경제학은 인간이 언제나 합리적 선택을 한다기보다는 때로 비합리적인 이유로 경제적 선택이나 결정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인간 행동을 심리학이나 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행동경제학을 탄생시켰다. 주류 경제학의 흐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프라이의 행복경제학이란 행동경제학의 하나로, 인간이 어떤 경우에 행복한지에 대한 통계적 증거가 쌓여 탄생한 분야다. 저자는 ‘주관적 안녕감’, 다시 말해 행복이라는 심리적 도구를 이용해 다양한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기존 경제학에서 설명하기 어려웠던 현상을 풀이하며 주류 경제학의 빈틈을 메우려 한다. 행복을 다루는 자기계발서들이 행복의 비결을 말한다면, 이 책은 인간이 선택하는 생활양식, 고용 형태, 소비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행복의 양을 객관적 데이터로 보여주고 이를 경제이론이나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연구자들이라면 오늘날 행동경제학류의 비 객관적 경제학의 고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살피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일반 독자나 정책입안자라면 한국 사회라는 특이성 속에서 행복경제학을 현실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고민하며 읽을 만하다(그러나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서술된 좀 더 실제적 책들에 비해 활용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이를테면 소득 불평등도 사람마다 체감 정도가 달라, 미국인의 체감도가 유럽인보다 낮다. 미국인은 소득 불평등이 크다는 건 그만큼 신분 상승의 기회와 가능성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저자는 이처럼 실업, 결혼과 이혼 그리고 TV 시청에 이르기까지 행복경제학의 잣대를 들이대며 수치를 제시한다. 행복경제학 아래서 주관적 행복은 객관적 데이터로 변하고 이를 활용해 답을 찾고 사회 정책으로 연결된다. 국민총생산(GNP) 대신 국민총행복(GNH)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은 국가 번영의 잣대가 행복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긴 하지만 동시에 행복을 계량화할 수 있다는 행복경제학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윌리엄 데이비스의 ‘행복산업’은 행복경제학의 이런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두 책을 보완적으로 읽을 수 있다. 행복산업의 실체와 진실을 폭로할 것 같은 제목을 지녔지만 실상은 오늘날 행복이 어떻게 산업으로 발전했는지, 행복을 측정하겠다는 생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 살피는 데 주력한다. 벤담의 공리주의부터 시카고학파, 스트레스와 우울증의 탄생 그리고 행동경제학에 이르기까지 행복산업을 구성하는 주체들의 간략한 역사를 비판적 시각에서 살펴나가며 본질을 파헤친다.

특히 저자는 행복이 데이터로 환산돼 행복경제학과 긍정심리학으로 자리 잡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다. 도덕과 이타심에 호소하는 긍정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이 마치 자본주의의 대안인 양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인간을 통제하려면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도덕에 호소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또 행복 등 인간의 주관적인 감정을 수량화하고 측정할 수 있다는 생각의 이면에는 노동자의 육체와 마음을 통제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무한경쟁의 논리가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기업은 신자본주의의 논리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 뒤 다시 해결하겠다며 경제적 효율성으로 행복을 환산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감정이나 행복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거대한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는다.

‘행복(幸福)’이란 단어는 메이지 유신 때 일본인들이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번역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행복이란 단어조차 없었던 과거보다 기업과 정부가 국민의 행복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지금이 더 행복할까. 분명한 건 행복을 계산하려 들수록, 아파트 평수와 연봉이 행복의 척도가 될수록 행복은 점점 더 멀어진다. 이미 심리학이 밝혔듯 행복은 열망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때 뒤따르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두 권의 책은 행복과잉 현상에 대한 진단 혹은 행복을 계량화해서 행복을 찾겠다는 상반된 시각으로 우리 시대의 행복 논의가 어디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공리주의에서 출발한 행복이 자본주의, 개인주의, 시장주의를 만나 지금에 이른 일반적 과정이 좀 더 궁금하다면 철학자 탁석산의 ‘행복 스트레스’를 권한다. 행복이 어떻게 우리 시대의 종교가 됐는지를 서술하고 있어 전문가적 시각을 지닌 이 책들과 함께 읽기에 적당하다.

한미화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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