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수십명 찬반토론
“표결로 劉거취 결정해야”
“갈등 더이상 확대 안돼”

친박·비박 세대결 모임
SNS통한 ‘원외설전’도
劉, 회의 불참한채 ‘숙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새누리당이 완전히 두 쪽으로 갈라졌다.

8일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친박(친박근혜)계와 사퇴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비박(비박근혜)계 간에 뜨거운 설전이 오갔다. 의총을 앞두고 7일 오후부터 8일 오전까지 친박계와 비박계는 끼리끼리 모여 세 대결을 벌이는 한편,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공중전’도 벌였다. 비박계 맏형격인 이재오 의원은 “물러나야 하는 사람은 유 원내대표가 아닌 최고위원들”이라며 최고위원 퇴진까지 요구했다.

김무성 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오늘 꼭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더 이상의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고 여권 내홍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 당내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당직자는 “표결을 할지 말지, 표결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도 하나하나 대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앞다퉈 찬반토론을 신청해 발언이 예정된 의원만 30여 명에 이른다.

당장 유 원내대표의 거취 결정 방식을 놓고도 계파 간 대립이 벌어졌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김용태 의원은 두 번째 발언에 나서 “표결을 통해 정확히 기록에 남겨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표결을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수 치고 끝나는 의총이 되면 갈등의 종료가 아니라 갈등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도 친박과 비박계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당헌·당규를 언급하며 “당은,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정부를 많이 도와야 한다”며 “책임지는 것은 불명예가 아니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서 최고위원은 지난 정부에서의 ‘공천 학살’ 등을 거론하며 계파 갈등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 중진인 정두언 의원은 의총장 앞에서 “미국 대통령도 야당 원내대표를 불러 밥을 먹으며 얘기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그런 것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원내대표 사퇴 결의안이라는 이런 개콘(개그콘서트) 같은 일을 의총에서 할 것이 아니라 ‘다음 지도부와 청와대 대화 촉구 결의안’ 이런 걸 주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줄기차게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해 온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이런 상황과 사태를 만들어 놓고도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사퇴할 이유”라고 밝혔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대립은 의총을 앞두고도 벌어졌다. 친박계 의원들이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입장을 설명하고 ‘표 단속’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청와대에서도 당의 기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일부 중립 성향 의원들의 입장을 파악하기도 했다. 비박계 의원들도 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의총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논의를 계속했다. 의총을 한 시간 앞두고는 재선 의원 9명이 별도의 모임을 갖기도 했다.

이날 의총에는 ‘당사자’인 유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인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불참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철저히 침묵을 지켰다. 의원회관에 도착한 뒤에도 혼자 방에 머물면서 의총 결과를 기다리며 결과 발표 뒤 내놓을 입장을 정리했다.

민병기·손우성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