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수석부대표·정책위장
사무총장·예결위원장 등
국정운영 힘들게 했다 평가
“與지도부가 당·청불통 초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논란을 불러온 박근혜 대통령의 ‘분노’ 이면에는 여당 지도부에 의해 진행돼온 국회직 및 당직 인사에 대한 강한 불신과 불만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와 청와대 내에서는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당·청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요직에 청와대와 소통이 되지 않는 인사들을 앉혀 놓고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힘들게 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거론하는 요직은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책위의장, 당 사무총장과 제1사무부총장,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과 여당 간사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은 이에 대해 “친박과 청와대의 이 같은 인식은 향후 당의 핵심 요직에 친박 인사들을 포진시켜 국회와 당의 장악력을 제고하고 내년 총선 공천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청와대의 기류에 밝은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그렇게 진노한 것은 위헌 논란을 부른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여당의 처리 방식뿐 아니라 당에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지난 6월 25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행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인선에 대한 불만이 유 원내대표의 국회법 처리를 계기로 한꺼번에 폭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자신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하고 당·정·청 정책 협의를 조율하는 최중심에 있어야 할 조해진 원내수석이 그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의 결정적 실책은 조 의원 같은 이를 원내수석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앉힌 것”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놨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원유철 정책위의장의 무색무취한 역할에 대해서도 불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여권 내 당무와 인사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협의해야 할 사무총장과 제1사무부총장에 각각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인 이군현(최근 당직 사퇴)·강석호 의원을 앉힌 것도 당·청 불통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여기고 있다.

이밖에 새해 예산안을 다룰 예결위 위원장과 여당 간사 역시 비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김재경·김성태 의원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 지도부가 당·청 불통 라인을 만들어놓고 박 대통령 보고 불통이라고 하는 형국”이라며 “이는 당·청 소통 구조에서 박 대통령을 왕따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이 상태로는 임기가 절반가량 남은 하반기 국정 운영을 하기 힘들다는 강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도 국민을 대신해 각 부처를 잘 이끌어줘야 하며, 여기에는 개인적인 행로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