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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약속을 남발하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내용에 마음이 끌렸어요.”

배우 류승룡(사진)이 말하는 영화 ‘손님’(감독 김광태)에 출연하게 된 배경이다.

6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내가 맡은 배역의 특징을 비롯해 전체적인 면을 고루 살핀다”며 “이번 영화는 ‘약속을 지키자’는 굵직한 메시지와 함께 이국적인 분위기와 그 안에 담긴 인간군상의 다양한 모습 등이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독일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차용한 판타지 호러물이다. 원작의 틀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배경을 6·25전쟁 당시로 바꿔, 외딴 산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한국적으로 펼쳐냈다.

떠돌이 악사 우룡(류승룡)은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서울로 가던 중 우연히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마을로 들어선다.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쥐떼가 골칫거리인 이 마을 촌장(이성민)은 우룡에게 “쥐떼를 없애주면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우룡은 아들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피리를 불어 마을에서 쥐를 몰아낸다. 하지만 쥐떼가 없어지자 촌장과 마을 사람들은 우룡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그를 쫓아내려 한다.

류승룡은 “결혼서약을 비롯해 공약, ‘밥 한번 먹자’는 말까지, 사람들이 살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자신이 한 약속은 꼭 지키도록 노력하자’는 ‘청유형’”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평소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냐’고 묻자 그는 영화 ‘표적’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예로 들었다. 그는 “‘표적’의 원작인 ‘포인트 블랭크’를 혼자 보며 ‘이 영화가 리메이크되면 꼭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내게 출연 제안이 들어왔다”며 “나 혼자 한 생각이었지만 그것도 약속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11년 동안 스크린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온 그는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자신의 색깔을 입혀 강렬하게 표현해낸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인물의 감정 변화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이에 대해 그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우룡 캐릭터에 반했다”며 “아들을 사랑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우룡의 모습부터 배신을 당한 후 분노와 슬픔을 쏟아내는 감정 변화까지 오롯이 내 안에 있는 것들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7번방의 선물’과 ‘광해 : 왕이 된 남자’, ‘명량’ 등 세 편의 ‘1000만 영화’에 출연한 그지만 이번 영화의 흥행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그랬다. 상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좋은 영화’에 참여하려 했다”며 “또 관객의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지켜주는 것도 배우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가 그렇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