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해연’에 출연한 배우 조미령의 19세 모습.

1948년 제작한 이규환 감독作
고물상서 발견 日자료관 보관
영상자료원, 복사 필름 들여와
한국영화사 사료적 가치 높아

해방 후 최초 문예영화인 이규환 감독의 ‘해연’(海燕·일명 갈매기·사진)이 일본에서 발굴됐다. 1948년 작인 이 영화는 일제강점기 조선영화와 1950년대 한국영화 사이의 과도기적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 자료로 평가된다. 또 보존율이 취약한 1940년대 영화의 발굴로, 한국영화사의 사료적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에서 ‘언론 및 관계자 시사회’를 열고 ‘해연’을 처음 공개했다. 영상자료원에 따르면 이 영화는 일본을 떠돌다 지난 2011년 한 고물상에서 발견된 후 고베영화자료관 보존고에 보관돼 왔다. 영상자료원 수집부는 일제강점기 한국 관련 기록영상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2014년 9월 고베영화자료관에서 방문조사를 하던 중 이 영화 필름의 존재 사실을 알게 됐다. 영상자료원 관계자는 “당시 ‘3년 전 고물상에서 발굴한 한국 극영화 필름이 자료관에 있다’는 야스이 요시오(安井喜雄) 고베영화자료관장의 말을 듣고, 보존고에서 ‘海燕’이라고 적힌 필름 캔 속에 9롤의 35㎜ 질산염 필름이 담겨 있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상자료원은 고베영화자료관과 협상을 거쳐 ‘해연’의 복사본 필름을 제작했고, 이를 6월 19일 국내에 반입했다.

일제강점기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이 감독의 연출작은 총 20편(1945년 이전 8편, 6·25전쟁 이전 4편, 1950년대 이후 8편)으로, 이 중 1974년 작 ‘남사당’만 남아 있다.

이병훈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은 “이번 ‘해연’의 발굴은 이 감독의 작품 세계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전 해방기 한국영화사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또 보존율이 18%에 불과한 1940년대(총 제작편수 89편 중 16편만 보존) 작품이라 사료적 가치도 높다”고 설명했다.

원로배우 조미령 씨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대한민국 건국기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바탕에 깔고, 바닷가에 위치한 소년감화원에서 펼쳐지는 불우한 소년과 선생님이 나누는 따뜻한 정을 담았다.

이 영화는 공보처 영화과의 검열을 통과해 1948년 11월 서울 중앙극장에서 개봉됐으나 이후 부산에서 상영 중 당국에 압수되기도 했다. 압수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상자료원은 오는 15일과 19일 시네마테크KOFA에서 ‘해연’ 복사본 필름을 일반에 공개하는 상영회를 열 예정이며 이후 디지털 활용본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