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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조차 없었던 임금 받아
‘근로계약서’ 작성 증가 추세
이제 첫발… 개선할 점 많아

“과분한 보너스, ‘국제시장’(사진) 이후 충무로가 많이 달라졌다.”

14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의 제작팀 막내로 참여했던 김경해(여·27) 씨는 ‘국제시장’ 이후의 충무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지난 6월 24일 ‘국제시장’의 제작사 JK필름으로부터 보너스를 받았다. JK필름은 1차 정산을 마친 후 ‘국제시장’ 전체 제작 일정 중 50% 이상 참여한 스태프에게 총 6억6000만 원가량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연차에 따라 금액은 달랐지만 모든 스태프에게 최저 300만 원 이상 목돈을 안겼다.

“처음 받는 보너스였고, 생각보다 과분한 금액이었다”는 김 씨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후 참여한 영화는 ‘국제시장’이 처음이었다. 이후 제작된 영화 ‘순수의 시대’와 ‘장수상회’에 참여하면서도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른 근무 여건을 보장받았다. ‘국제시장’ 이후 영화계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표준근로계약서는 법정 근로시간 준수, 초과 근무 시 수당 지급, 4대 보험 가입, 휴식시간 보장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가 누려야 할 지극히 기본적인 권리다. 그동안 충무로에서는 근로자와 사용자 간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약속조차 지켜지지 않은 채 ‘열정 페이’를 강요해왔던 셈이다.

‘국제시장’의 의상팀 막내였던 김보형(여·26) 씨는 “일일 약속된 시간만큼만 촬영이 진행되고, 연장되면 추가 수당을 반드시 지급했다. 이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좋았고 선배들은 ‘정말 영화판 좋아졌다’고 했다”며 “영화가 성공해도 스태프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것은 그동안 개념조차 없었기 때문에 보너스가 입금된 통장을 보고 놀라웠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제시장’을 통해 영화계는 영화인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첫발을 뗐을 뿐이다. 여전히 표준근로계약서가 준수되지 않는 제작 현장이 존재하고, 이를 적용하더라도 막내 스태프는 통상 법정 최저 시급을 받는다. 또래 직장인들과 비교했을 때 연봉 수준이 턱없이 낮고 고용 안정성도 낮다.

김경해 씨는 “근로 여건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며 “영화 제작 스태프의 임금 책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최저 시급을 받으며 버티기도 쉽지 않다. ‘국제시장’이 좋은 선례로 남아 모든 영화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