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임진한 ㈜에이지슈터 대표가 지난 6월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이지슈터골프아카데미 타석에서 스윙분석기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임진한 ㈜에이지슈터 대표

임진한(58) ㈜에이지슈터 대표는 국내 ‘레슨계의 대부’다. 임 대표는 잘 나가던 투어 프로 활동을 접고 남을 가르치는 티칭 프로로 변신했다.

2011년과 2013년에는 골프다이제스트로부터 미국을 제외한 세계 50대 코치로 선정돼 교습가로서의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임 대표는 주말골퍼들이 자신에게 ‘연습 안 하고 잘 치는 방법’을 묻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골프는 잘 치고 싶은데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골프는 회전운동인데 1주일 동안 채 한 번 안 잡다가 갑자기 스윙을 하면 제대로 맞겠느냐. 안 되는 건 당연하다. 식초를 보면 입에 침이 고이듯, 어드레스만 하면 힘이 들어가는 이치와 같다”라고 설명했다. 연습장을 가지 않더라도 맨손으로 어드레스 자세를 잡고 (몸을) 턴하는 연습이나, 머리를 벽에다 붙여 놓고 백스윙 턴을 해보면 실전에서 체중 이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1977년 최상호 등과 함께 프로에 입문한 임 대표는 국내에서 8승,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에서 3승을 거뒀다. 그가 활동하던 1980년대엔 국내 남자골프대회라야 1년에 5∼6개 정도에 그쳤다. 대회당 총상금도 500만∼1000만 원 수준.

하지만 일본은 매년 남자대회가 40개 이상이 열렸고, 대회마다 1억 엔(당시 환율로 약 7억 원) 안팎의 총상금이 걸려 국내와는 비교도 안 됐다. 임 대표는 늘 일본 무대를 동경했다. JGTO 회장에게 “일본 투어에 진출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몇 차례 보낸 끝에 1990년 프로테스트를 받았고, 35세의 나이로 1위로 통과해 JGTO 회원 자격증을 받았다. 한국 남자선수로선 최초의 일본 진출. JGTO 시드가 없어 2부투어부터 나간 임 대표는 이듬해 2부 2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상금랭킹 1위에 올라 1992년 1부에 진출했고, 1995년 40세까지 풀시드권을 유지했다.

임 대표가 선수가 아닌 지도자의 길을 걸은 것은 올해로 20년째가 된다. 늦게 일본에 진출했던 그는 빨리 성공하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1년에 40개 대회(전체 48개)에 참가했고, 10주 연속 출전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몸이 가장 먼저 이상 신호를 보냈다. 무리한 탓에 ‘엘보’가 찾아왔다.

그리고 투어를 접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카를로스 프랑코와 함께 JGTO 미쓰비스캐런티대회 3라운드에서 선두를 다툴 때였다. 프랑코의 드라이버 거리가 50야드 이상 더 나갔다. 한국에서 장타로 소문났던 임 대표지만, 프랑코와 겨루면서 자존심을 잃고 나아가 비참함까지 느꼈단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국내 대회에 출전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주먹구구식으로 골프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투어에 대한 애착을 잃었다. 외국에선 분업화된 트레이너를 고용해 유연성과 근력을 키우며 과학적으로 비거리를 늘리는 반면 한국에선 연습장에서 ‘죽어라’ 볼만 치는 주먹구구식 연습을 답습하고 있었기에 답답했다. 41세이던 1996년 경기 용인 골드골프장에서 ‘임진한 골프 트레이닝 센터’를 열었다. 국내 최초로 프로의 이름을 건 아카데미였다. 서울대 출신의 운동생리학 박사와 전담 트레이너가 합류해 기술보다는 근력을 통해 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허석호, 양용은, 장익제와 골프여제 박인비의 남편 남기협이 트레이닝 센터의 1기생들이었다. 임 대표는 “선수들에게 3개월 운동을 시켰더니 점차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아이언 5번으로 쳐야 보내던 거리를 8번으로 보낼 만큼 향상됐다”고 기억했다.

시간이야 걸렸지만, 몇 달 사이 비거리는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 덕분에 그린 중앙이 아닌 핀을 겨냥해 스윙을 하게 된 허석호와 장익제, 양용은 등은 무명의 그늘에서 벗어나 국내 톱랭커로 자리매김했고 모두 일본에 진출했다. 김경태, 최나연, 지은희 등 국가대표들도 이곳에서 위탁 교육을 받았을 만큼 교습 수준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부모를 이해시키는 게 더 힘들었다. 임 대표는 “골프만 가르치지 왜 뛰고, 구르는 것이냐며 ‘난리’를 피우던 학부모들은 몇 달이 지나도 성적이 오르지 않자 조급증 탓에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임 대표는 “최경주가 오랫동안 미국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은 누구보다 체력관리를 잘하며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경기 여주의 이포 골프장으로 아카데미를 옮겨 운영해왔고, 2007년부터는 일반 아마추어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신라호텔의 의뢰를 받아 삼성레포츠와 타워팰리스, 양재동 에이지슈터 골프스쿨 등 3곳에서 월 500명 이상의 아마추어 골퍼를 대상으로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임 대표는 20명의 소속 티칭프로에게 늘 ‘그 사람 (마음) 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단다.

얼마 전까지 한 케이블방송과 함께 진행해 온 ‘끝장 레슨’을 촬영할 때의 에피소드. 임 대표는 한 아마추어 골퍼의 벙커 샷 자세를 교정하느라 2시간 30분 동안이나 진땀을 뺀 적이 있다. 임 대표는 “그때의 경험 덕분에 2시간 정도를 짜증 내지 않고 견디는 인내력이 있다면 골프에서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임진한 대표가 거울을 보면서 아마추어골퍼들에게 스윙 동작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