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수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프로축구 K리그에 100%에 가까운 관중 동원을 자랑하는 ‘효자 좌석’이 있다. 호화 관람 공간인 ‘스카이박스’다.

K리그 FC 서울의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평상시 30개의 스카이박스가 가동 중인데 수년째 한 번도 비워진 적이 없다. 몇몇 기업체가 시즌 단위로 계약한 뒤 비즈니스 접대용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FC 서울 관계자는 “기업체 입장에선 스카이박스 활용이 골프 접대나 일반 회식과 비교할 때 훨씬 경제적”이라며 “지루한 술자리보다 에너지 넘치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축구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서도 스카이박스의 인기는 높다. 국내에서는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건설된 축구 경기장마다 스카이박스가 자리 잡았고, 2000년대 이후 개장하거나 리모델링을 거친 야구장들도 스카이박스를 설치했다. 현재 건설 중인 고척돔 경기장도 설계를 변경해 스카이박스를 기존 2개에서 16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프로야구 KIA의 홈구장 챔피언스필드는 개장 첫해였던 지난해 스카이박스 26실 중 16실을 시즌 단위로 계약했고, 남은 스카이박스도 경기 때마다 예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카이박스의 장점은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다. 냉난방 시설이 완비돼 있고 호텔급 뷔페식사가 제공된다. 주변의 큰 소리를 차단해 조용히 경기를 즐길 수 있고 테라스로 나가면 일반 관객들과 똑같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기업체의 ‘접대용’ 수요에 맞도록 스카이박스 상당수는 내부에 회의 시설도 갖추고 있다. 그 외 각종 음료가 제공되고 안내원 등이 따라붙어 경기 해설 등을 돕기도 한다. 별도의 전용 주차 공간도 마련돼 있다.

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입장료는 일반 좌석보다 매우 비싸다. 뷔페식사가 포함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10~12인용 스카이박스의 하루 임대료는 165만 원. 수원월드컵경기장은 200만 원이다. 20인 이상이 이용하는 대형 스카이박스는 서울월드컵경기장 기준 330만 원에 이른다. 다만 실제 사용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경기당 가격이 아닌 시즌 가격으로 스카이박스를 이용하고 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시즌 임대 가격은 3000만 원이다. 뷔페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전북 현대의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이나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등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60만 원 정도에 이용할 수 있다.

해외 경기장의 스카이박스 가격은 더 비싸다. 메이저리그는 경기당 스카이박스 가격이 4000달러(약 448만 원) 정도지만 뉴욕 등에서는 1만 달러(1100만 원)가 넘는다.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스타디움에는 한 시즌에 100만 달러(11억2000만 원)가 넘는 초호화 스카이박스도 있다.

가장 비싼 좌석을 자랑하는 미국프로풋볼(NFL) 스카이박스는 경기당 1만5000달러(1700만 원)에서 2만5000달러(2800만 원)에 거래되고 미국프로농구(NBA)의 스카이박스는 경기당 3500달러(392만 원)에서 5000달러(591만 원) 선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