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특허 수수료 과다 징수… 공정위 조사 중 발표해 논란

지재권 가치 최소화 조짐에 제이콥스회장 “잘못된 생각”

치매노인들 실종 사고 예방… 서울시와 ‘지킴이폰’보급도

폴 제이콥스 퀄컴 이사회 회장이 한국 스타트업(신생기업)에 9000만 달러(약 1000억 원)투자 계획을 전격적으로 밝힌 것을 놓고 산업계에 뒷말이 무성하다.

이번 결정이 통신 칩(반도체) 기술을 장악하고 있는 퀄컴의 ‘특허권 남용 논란’이 최근 한국, 중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제기돼 핫이슈로 부상한 시점에서 절묘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창조경제’의 핵심인 스타트업 지원을 투자 아이템으로 잡은 것도 일부에선 곱지 않게 보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통신 표준특허 수수료 과다 징수 명목으로 퀄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퀄컴의 이번 투자를 순수하게 보지 않고 ‘비판 여론 잠재우기 행보’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방한 중인 제이콥스 회장은 30일 “한국 스타트업에 9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가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한 오찬간담회에서 “경쟁이 심한 업계 특성상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재계 위원장이기도 한 제이콥스 회장은 에이미 잭슨 암참 대표와 대담에서 “혁신 친화적인 사업 환경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창조경제센터 등에 관한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또 특허권과 관련한 최근 비판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뼈 있는 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세계 곳곳에 늦게 경쟁에 참여하거나 기반 기술이 없는 기업들, 혹은 겉모습은 최첨단 기업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른 회사의 아이디어를 짜깁기하는 기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에 지적재산권, 특히 표준이 되는 지적재산권의 가치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은데 제 생각에 이것은 180도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제이콥스 회장은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시와 공동으로 급증하는 치매 노인 실종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지킴이 폰’ 보급에 나서기로 했다. 지킴이 폰은 보호자가 치매 노인의 실시간 위치를 조회할 수 있는 휴대전화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퀄컴의 이번 투자는 손뼉 쳐 줄 일이지만 순수한 목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우리 정부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