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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 논설위원

지난 한 달여 언론을 달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지나고 보니 그리 심각한 바이러스는 아니었다, 강력한 전염력과 사망률로 전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던 천연두(天然痘)에 비하면. 천연두는 20세기에만 전 세계적으로 3억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마마’라는 이름으로 순화됐지만, 천연두라는 악명에 더 익숙하다. 기원전 3000년 무렵의 미라에도 그 흔적이 있다니 끈질긴 생명체다. 그 천연두도 결국 인류를 정복하는 데는 실패했다. 국제적으로는 1979년, 국내에서는 1993년 인체에서 사라졌다.

치료법을 찾은 사람은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1749∼1823). 그는 소천연두 곧 우두(牛痘)를 앓는 소를 돌보다가 천연두에 걸렸던 사람은 두 번 다시 마마를 앓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확인을 위해 목장에서 일하다 감염된 여성의 손가락 물집에서 고름을 채취해 8세 소년에게 감염시켰다. 한 달포 뒤 생천연두를 감염시켰더니 그 소년은 면역력이 생겨 천연두를 앓지 않았다. 종두법의 탄생이다. 그때가 1796년 7월 1일이니, 꼭 219년 전의 일이다. 그전에는 우두가 아니라 천연두 환자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를 일반인에게 접종해 면역력을 키우는 예방법만이 있었다. 이 예방법은 사망자가 많았으나, 우두 예방접종은 그 효과가 탁월했다.

그렇다고 제너의 우두 예방접종 방식이 순탄하게 보급된 건 아니었다. ‘우두 예방접종을 하면 사람이 소가 된다’는 루머가 떠돈 탓이다. 광우병 헛소문과 흡사하다, 최근의 메르스 괴담과도 닮았고…. 덧붙이자면, 지석영이 일본으로부터 배워 보급한 ‘왁찐’은 백신(vaccine)의 일본 이름이다. 백신은 라틴어로 소(vacca)와 관련이 있다. 소천연두 ‘바리올라에 바키나에(Variolae vaccinae)’가 그 어원이다.

이제는 잠잠해지고 있는 메르스가 휩쓸고 지나간 우리 사회에는 마마 자국처럼 지울 수 없는 흉터가 남았다. 전문가의 설명보다 괴담을 더 믿었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사회…. 그 결과 ‘10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쌓였다. ‘사상 최악’을 내세워 비관에 젖는 우리와 재난 때마다 영웅을 찾아내 위기를 극복하는 미국 사회는 너무 다르다. 차제에 ‘돈 안 되는’ 보건 의료 분야 연구에 전념하는 학자들에게 국가·사회가 많이 투자해 전염병 안전 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도 못 만들면 미래는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