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대형 은행 등 금융사들은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으로 경영난에 봉착했던 1990년대 후반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를 단행, 경영을 정상화시킨다.

특히 일본 금융사들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부터는 리스크(위험) 관리를 한층 강화한다. 이후 일본 금융사들은 본격적으로 해외 금융시장 진출에 나섰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눈에 띄는 경영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과 저금리, 고령화 등 일본의 전철을 밟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도 생존전략의 하나로 해외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일본 금융사들의 사례 연구가 한국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일본 3대 메가뱅크(미쓰비시 유에프제이·미쓰이 스미토모·미즈호) 중 하나인 미즈호 그룹의 지난해 수익 중 비일본계 기업 수익이 7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계 기업 수익은 29%에 불과했다. 그만큼 해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일본 대형은행들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지역 은행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일본계 은행들의 대응전략 세미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1위 금융그룹인 미쓰비시 유에프제이 금융그룹은 지난 2013년 12월 56억 달러에 태국 아유타야(Ayudhya) 은행 지분 75%를 사들여 자회사로 만들었다. 미쓰이 스미토모 금융그룹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미즈호 금융그룹은 베트남에 투자했다.

미쓰비시 유에프제이 금융그룹은 아시아에서 트랜젝션뱅킹을 강화하고 있으며 점포도 현지 파트너 은행 등과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연다. 비일본계 기업 대상 비즈니스와 지역 통화 사업도 확장했다. 미주 지역에선 고객 기반을 비롯해 인력, 리스크 관리, 정보통신(IT) 등의 영업 기반 강화를 꾀하고 있다.

미쓰이 스미토모 금융그룹은 아시아 중심 해외영업 전략을 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사업 확장을 미국과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 미즈호 금융그룹은 해외영업에서 핵심 고객을 대상으로 뱅킹과 증권을 결합한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