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조심' 173번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병원을 부분 폐쇄 조치한 서울 강동구 길동 강동성심병원의 임시진료소에서 25일 오전 의료진들이 진료를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76번째 환자에게 감염되고 격리 없이 수백여명과 접촉
주말부터 감염자 발생 시점… ‘슈퍼전파’ 우려로 그칠 수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추가 확진자 발생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새롭게 떠오른 슈퍼전파자 후보군으로 인한 감염 여부는 이번 주말이 지나야 판가름날 것으로 보여 또다시 고비가 시작됐다. 격리되지 않고 다수의 병·의원을 돌아다니다가 확진된 170번째 환자(77), 173번째 환자(여·70·사망)가 바이러스를 접촉자에게 감염시켰을 경우 평균잠복기를 계산하면 이번 주말부터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슈퍼전파자 후보군으로 지목됐던 환자로부터 추가 감염사례 없이 끝난 경우도 있어 진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5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방역당국이 현재 가장 주시하고 있는 점은 170번째 환자와 173번째 환자를 통한 병원 내 감염 여부다. 우선 170번째 환자는 지난 6일 건국대병원에서 76번째 환자(여·75·사망)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지만 격리되지 않았고, 19~21일 구리 카이저병원·속편한내과를 거쳐 한양대구리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과 접촉해 격리자가 크게 늘었다. 170번째 환자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마지막 바이러스 노출일을 기준으로 평균잠복기(6.5일)를 계산할 경우 이번 주말부터 환자가 나오기 시작, 최대잠복기인 7월 5일까지 발생하게 된다.

특히 173번째 환자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173번째 환자는 지난 5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에서 76번째 환자와 같은 응급실에 있었지만, 격리되지 않은 채 강동구 목차수내과의원 등 의원 4곳을 거쳐 강동성심병원에 17일부터 22일까지 6일간 입원했다. 22일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오랜기간 다수의 사람과 접촉한 데다, 심한 폐렴 증세를 앓는 등 기존 슈퍼전파자와 비슷한 형태여서 추가 확진자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일 강동성심병원 등에서 173번째 환자에게 감염됐다면 평균잠복기가 지나는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초에 환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173번째 환자를 통한 최대잠복기는 7월 6일에 끝난다.

즉 170번째 환자와 173번째 환자가 바이러스를 얼마나 많이 전파했는지는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초에 추가 확진자가 어느 정도 나오는지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가 전파자가 대거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기존 98번째 환자(58)와 143번째 환자(31)도 서울 양천 메디힐병원과 부산 좋은강안병원 등에서 다수의 사람과 접촉한 뒤 격리돼 슈퍼전파자 후보로 지목됐지만, 메디힐병원은 추가 환자 발생 없이 격리가 해제됐고 좋은강안병원에서는 1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오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한편 부분 폐쇄를 무기한 연장한 삼성서울병원에서 추가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으며, 잠재적 슈퍼전파자 위험이 컸던 137번째 환자(55)의 잠복기도 일단 환자 발생 없이 종료됐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지난 4일 의사인 35번째 환자(38)가 처음 확진을 받은 이후 지난 19일 전체 신규 확진자가 1명도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매일 1명 이상의 환자가 나왔었다. 또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삼성서울병원에서 9일 동안 응급이송업무를 해 ‘3차 유행’ 우려를 낳았던 137번째 환자도 최대잠복기가 24일로 끝났지만, 추가 감염자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