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 적신 한국땅인데… 메르스가 총알보다 무섭겠나”

이미지 크게보기 6·25전쟁 기념일을 하루 앞둔 24일 경남도 초청으로 방한한 윌리엄 그로니거(왼쪽에서 네 번째) 예비역 소장 등 미 해병대 참전용사들이 경남 창원의 한 호텔에서 거제 포로수용소 방문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6·25 65돌… 경남도 초청으로 한국 온 참전 美노병 6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총알(bullet)’보다 무섭겠습니까. 우리의 피가 이 땅을 적셨는데, 잊지 않고 초청해 준 한국에 감사합니다.”

경남도 초청으로 방한한 6명의 한국전쟁 참전 미 해병대 퇴역 노병들은 24일 거제 포로수용소를 방문하기에 앞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전쟁 최전선에서 목숨을 내놓고 싸웠고, 그 영광을 기리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10∼20대의 젊은 나이에 참전한 이들은 이제 지팡이를 짚고 보청기를 끼는 80∼90대의 노병이지만 이국땅에서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들의 젊음을 바쳤던 시절을 회고하며 한국의 메르스 발병에도 불구, 초청 방문을 기꺼이 수락했다.

방문단은 미 해병대 제1사단 윌리엄 그로니거(86) 소장과 미 해병대 제5연대 소속 레이 모레노(90) 상병, 제커리 테일러(85) 병장, 마틴 바스케스(88) 원사 등 한국전쟁 당시 실전에 배치된 6인의 퇴역 해병대원들로 구성됐다. 23일 입국한 이들은 7월 1일까지 경남지역 6·25 격전지 등을 방문하고, 25일 경남도청에서 열리는 6·25전쟁 제65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모레노 예비역 상병은 1950년 8월 17일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던 중 북한 6사단을 맞아 싸우다 오른쪽 허벅지에 총상을 입은 마산 진동리 전투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로니거 예비역 소장은 참전용사의 용맹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국전에 참전해 총알도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메르스가 뭐가 대수냐”고 말했다.

모레노 예비역 상병은 “이 땅에 나의 피가 적셔져 있는데,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을 보면서 우리의 희생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며 “초청해줘 영광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바스케스(88) 예비역 원사도 “한국전쟁 당시 한국 해병대는 고무신에 누더기를 입고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었다”며 “미 해병이 의복 등 장비를 제공해 함께 싸웠고 나중에는 우리와 경쟁하듯 진격하며 북한군을 격퇴했다”고 회상했다.

한편 이번 방문은 지난 3월 20일 홍준표 경남지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미 해병대 제1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남지역 낙동강 전투 당시 한국을 지켜준 미 해병대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한국전에 참전한 미 해병대 퇴역군인들을 초청해 이뤄졌다.

이들 미 퇴역 해병대원들은 공식 일정 첫날인 이날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진동 전첩비 등을 둘러보고 25일에는 낙동강 전투 격전지역인 창녕의 박진전쟁기념관 등 한국전에 참전한 미 해병대원들의 발자취를 둘러볼 예정이다. 이후 포항 해병대 1사단과 한미연합사령부, 경기 연천의 한국전투 미 해병대 기념비 등을 방문하고 7월 1일 출국한다.

창원=글·사진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