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더꿍, ‘만화가 좋다!’ 느낀 작품
객주, 원작소설 다 외우고 작업
임꺽정 펜촉, 닳아 5년간 6통 버려

이두호 작가는 자신의 만화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덩더꿍’을 꼽았고, ‘머털도사’는 급하게 탄생했지만 효자가 된 작품이라고 했다.

△머털도사 = 효자와 같은 작품이다. 작품 연재 청탁을 받고 깜빡 까먹고 있다가 급하게 만든 작품이다. 뭘할지 생각도 못 하고 있다가 편집장과 미팅하던 당일,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외갓집이 산 넘어 있었는데 거기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면 거리가 너무 멀어 도술을 부려 구름 타고 훌쩍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 기억을 살려 머털이 캐릭터를 만들었다.

최근에 완간된 ‘머털이 한국사 시리즈’도 좋았다. 한국역사를 죽 훑은 이 작업을 좀 더 일찍 했으면 다른 작업에도 좋은 영향을 많이 미쳤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가지게 했다.

△덩더꿍 =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만화가 좋다라는 생각을 했다. 세조 즉위 당시 오른팔 역할을 했던 실존 인물 홍윤성이 모델이다. 그는 왕의 비호 아래 갖가지 패륜과 비리를 일삼았지만 마지막까지 편안한 삶을 영위했다. 이런 인물이 평안하게 살았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

연재 시작할 때 ‘역사에 없는 이야기’라고 밝히고, 이름도 홍성윤으로 바꿨다. 그가 온갖 나쁜 짓을 일삼다 마지막에 독대의 손에 처단당하도록 했다.

△객주 = 소설 ‘객주’를 읽었는데, 창피하고 당황스러웠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인데,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다. 한국어를 완전히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주간 중앙에서 ‘객주’를 연재하자고 했다. 울고 싶을 때 뺨 때린 격이다.

소설의 모든 것을 만화에 담을 수 없었고, 또 소설 독자와 만화 독자가 다르다고 생각해 취사선택했다. 소설을 거의 다 외울 정도로 한국어의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복식도 어려웠다. 각종 사전을 뒤지며 작업을 했다.

△임꺽정 = 언젠가는 한번 그려보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에 스포츠지에서 연재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당시 일이 너무 많아 거절을 하기 위해 ‘임꺽정이라면 하겠다’고 했다. 이미 고우영, 방학기의 임꺽정이 나와 있었기 때문에 내심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쪽에서 단번에 좋다고 했다.

5년 2개월 동안 매주 6일을 연재했다. 하루에 펜촉이 2개씩 닳아 연재를 끝내고 나니 닳아버린 펜촉만 커다란 유리병에 6통이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