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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게 따뜻하기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40여 년 만의 가뭄으로 전국이 타들어 가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라는 역병에 대한 불안 심리 때문에 사회 분위기가 흉흉하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에는 도통 마음이 가지 않는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청춘남녀가 마음을 열고 기분 좋게 따뜻한 사이가 되어가는 달달한 로맨스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맨도롱 또？’이 홍정은·미란 자매 작가의 경쾌함과 발랄함을 장착하고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분 좋게 따뜻한’이라는 의미의 제주 방언 ‘맨도롱 또？’을 제목으로 내세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제주도가 주요 배경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 화병에 걸린 여자 이정주(강소라)와 꾸밈없이 솔직하게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즐거운 것만 추구하며 살아가면서도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남자 백건우(유연석)가 우여곡절 끝에 ‘기분 좋게 따뜻한’ 사이가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19세의 이정주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백건우 어머니가 함께 찍힌 낡은 사진 한 장을 들고 백건우의 생일파티 장소인 제주도까지 찾아간다. 그녀는 백건우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생년월일이 같으니 분명 쌍둥이라고 주장하지만,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만다. 그리고 10년 후, 각기 다른 이유로 제주도에 갔던 두 사람이 재회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백건우는 짝사랑하는 목지원(서이안)이 제주도로 발령받았다는 정보를 접하고 바다가 보이는 풍광 좋은 곳에 레스토랑을 개업하지만 그녀가 뉴욕으로 떠나면서 낭패를 보고 어쩔 수 없이 제주도에 거주하게 된다. 한편 이정주는 자신이 그동안 모은 돈으로 제주도에 집을 샀다는 사촌 남동생의 동영상 메시지를 받고 제주도에 갔다가 동생은 찾지 못한 채, 일본에 있는 줄 알았던 남자친구가 이미 결혼하여 신혼여행을 온 것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직장 상사에게 전화로 해고 통지까지 받는다. 고민 끝에 제주도에 정착하기로 한 이정주가 백건우의 레스토랑 ‘맨도롱 또？’을 함께 운영하면서 이들의 사랑이 시작된다. 여기에 백건우의 큰형이자 리조트 사장 송정근(이성재)과 소랑마을과 소슬읍 일대의 특급 식당에 해산물을 공급하는 해녀 김해실(김희정)의 능청스러우면서도 꾸밈없는 사랑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제주도 풍광을 배경으로 경쾌하고 발랄하게 펼쳐진 사랑이야기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로맨틱코미디를 즐기기 어려운 시절 탓도 있겠지만, 홍자매 작가의 경쾌함과 발랄함이 더 이상 참신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이나 영화 ‘봄날은 간다’를 패러디한 장면처럼, 기존에 잘 알려진 작품들을 차용한 장면 구성과 연출은 홍자매 작가의 전매특허처럼 인식되면서 진부함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살다 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죠. 세상일이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고 현실로부터 숨어버리고 싶을 때, 무엇보다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 싶을 때, 그럴 땐 여기 제주도로 오세요!”라는 1회의 내레이션 때문에 제주도 홍보 드라마라는 오해를 자초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