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현대자동차 전시장에서 직원이 손동작만으로 전화나 내비게이션, 음악 등을 실행하는 ‘제스처 인식’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눈동자 인식 졸음운전 땐 경고음…터치 없이 손동작 작동
카메라·적외선 센서가 감지 … 전화 기본 문자입력도 가능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운전 중 라디오 채널을 바꾸거나 원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시선을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컨트롤 패널 부분) 쪽으로 내렸다가 갑자기 끼어드는 차 때문에 식은땀 흘리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선이 분산되는 것을 막고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운전대 위에 각종 버튼이 빼곡히 끼어들고 앞 유리창에서 속도 등 운전에 관한 기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까지 개발됐지만 여전히 운전 중 기기조작은 아찔한 순간을 연출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터치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제스처(몸짓)나 음성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스마트 시계와 연동된 차세대 블루링크 시스템을 비롯해 증강현실 HUD, 투싼 연료전지차(FCEV) 등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전시장을 직접 찾은 관객들의 눈길을 가장 끈 것은 정차 중이나 주행 중 버튼 터치 없이 손동작만으로 각종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제스처 인식’ 기술이었다.

현대차가 개발한 제스처 인식 기술은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 등을 통해 운전자의 손동작을 읽고 전화나 내비게이션, 음악 등 주로 사용하는 메뉴 등을 손쉽게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음량을 조절하거나 애플리케이션(앱) 동작을 제어하고 심지어 문자 입력까지 손동작으로 가능하다.

주행 중에도 간단한 동작만으로 원하는 음악을 찾고 실행하거나 멈출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위치한 메인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조수석 앞에 설치된 보조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도 제스처 인식을 통한 실행이 가능하다.

폭스바겐 역시 CES에 선보인 콘셉트카 ‘골프 R 터치’를 통해 ‘제스처 컨트롤’ 기능을 공개했다. 차량 실내에 운전자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5개의 센서를 통해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좌석 조정 등 다양한 기능을 손동작만으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손동작으로 노래를 선곡하거나 지도를 검색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차량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있는 미러링 기능도 함께 작동한다. 폭스바겐은 오는 2016년 말 출시 예정인 골프 부분변경 모델에 제스처 컨트롤 기능을 동급 최초로 탑재할 예정이다.

BMW는 올 하반기 출시하는 신형 7시리즈에 옵션 항목으로 제스처 컨트롤 기능을 장착했다. 이 장치는 3차원(D) 센서를 통해 운전자가 미리 설정된 동작을 콘솔박스(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간) 주변에서 실행할 경우 이를 감지해 자주 사용하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역시 손동작만으로 오디오 음량을 조절하거나 전화를 받고 끊는 등의 기능을 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 집 주소를 띄우거나 스크린을 끄는 동작도 가능하다. 제스처 컨트롤 사용 여부는 상황에 따라 디스플레이에 기호로 표시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자율주행차 콘셉트카 ‘F 015 럭셔리 인 모션’에 동작 인식 기능을 집어넣었다. F 015 럭셔리 인 모션의 실내에 장착된 센서가 승객들을 감지해 스크린을 터치하는 경우는 물론 몸짓이나 시선만으로도 원하는 기능을 시작 또는 정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운전자가 계기판 속 팬(fan) 모양의 아이콘을 바라보면 차가 알아서 외부공기를 유입해주고 손을 위아래로 올리고 내리는 동작에 따라 바람세기를 조절해주는 식이다.

센서 등으로 운전자의 움직임을 파악해 안전운전에 도움을 주는 기술도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얼굴 움직임과 눈동자 상태를 살펴 부주의하거나 졸음운전을 하는 경우 진동 등으로 운전자에게 미리 경고한다.

또 운전자 시선과 눈동자를 감지해 자동으로 후방 와이퍼를 작동한다. 폭우나 폭설 시 와이퍼 스위치를 작동시키기 위해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시선을 아래로 향해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BMW 뉴 7시리즈에 장착된 ‘제스처 컨트롤’ 기능을 작동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