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3퍼트는 ‘공공의 적’입니다. 주말 골퍼들조차 자책하게 하는데 하물며 프로선수가 ‘4퍼트’를 했다면 어떨까요? 바로 ‘멘붕’이 오겠죠. 지난 주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그것도 메이저대회 마지막 날 우승 경쟁을 하던 김세영이 ‘악몽의 4퍼트’를 했습니다.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김세영은 박인비와 우승경쟁을 펼치던 중 9번 홀(파5) 3온 후 8m 거리에서 버디 기회를 더블 보기로 만들었습니다. 첫 퍼트를 1.2m에 붙이고도 넣지 못했고, 80㎝ 남짓한 보기 퍼트마저 홀을 돌아 나왔습니다. 박인비와 4타 차로 벌어졌고, 우승에서 멀어진 결정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김세영은 2개월 전에도 ‘4퍼트 악몽’을 꾸었습니다. 4월 첫 메이저대회였던 ANA 인스퍼레이션 4라운드. 단독 선두를 달리던 중 14번 홀(파3)에서 4 퍼트(더블보기)를 범해 메이저 우승컵을 날려 버렸습니다. 시즌 2승을 거둔 김세영이 4퍼트만 없었다면 메이저 2승을 포함해 4승을 올렸을지도 모릅니다. ‘역전의 여왕’ 김세영도 챔피언 조의 중압감은 쉽게 떨칠 수 없었나 봅니다.

한국 선수 중에 4퍼트 악몽을 겪은 예는 또 있습니다. 2004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데뷔한 위창수는 2012년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대회 4라운드에서 6타 차 단독선두로 나섰다가 1번 홀(파4)에서 2온을 시키고도 4퍼트 탓에 더블보기로 내려앉았습니다. 자신의 PGA 투어 163번째 대회에서 맞은 첫 우승기회를 필 미켈슨에게 넘겨주고 말았고, 지금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2퍼트 후 1m도 안 되는 3번째 퍼트에서 평상심을 유지하기는 어려웠겠죠.

몇 해 전 미국 컬럼비아대 루시우스 리치오 박사는 핸디캡 15인 아마추어 골퍼의 ‘3피트(약 90㎝)짜리’ 퍼팅 성공률은 74%라고 밝혔습니다. 흔히 말하는 퍼터 길이 정도의 ‘기브’ 거리에서 4명 중 1명이 실패한 셈이죠. 또 ‘드라이버 길이’(1.2m) 정도에서의 성공률은 66%. 주말 골퍼 3명 중 1명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리치오 박사는 미켈슨의 퍼팅을 분석해 보니 90㎝에서는 성공률이 99%, 1.2m에서는 94%였다고 합니다. 주말 골퍼와는 큰 차이가 납니다.

스윙코치 데이브 스톡턴이 고안해 프로들에게 널리 알려진 쇼트 퍼트 연습법을 참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같은 거리에서 30회 연속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는 것입니다. 미켈슨은 1.8m에서 28개를 연속 성공했다고 합니다. 유난히 3퍼트가 많을 경우 이런 방법을 통해 자신의 기록을 두 자릿수로 만든다면 3퍼트 악몽은 사라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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