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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의 유통 표시 방식에는 유통기한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게 소비기한이다. 소비자가 보관기관을 잘 준수하면서 소비해도 체내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소비시한을 말한다. 유통기한이 지났다 해도 섭취할 수 있다. 단, 미개봉 상태로 제품에 표시된 냉장보관 등의 보관기준을 준수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개봉 후에 상품의 보존은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로, 기한을 지나면 먹지 않는 게 좋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 7월에 가공식품에 대한 유통기한 및 소비기한 병행 표시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전국 대형 유통매장에서 이듬해 2월 말까지 기한을 정해 면류, 과자류 등 18개 제품을 판매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통기한 시스템만을 유지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이뤄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16일 “시범사업을 통해 비용분석을 한 결과, 연간 비용절감 효과가 176억 원으로, 예상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콜드체인시스템(cold chain system)이 발달해 기존 유통기한이 식품업계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소비기한 도입 시 식품 섭취 후의 소송 분쟁 우려가 제기되면서 현 시스템을 유지하는 쪽으로 지난해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소비기한 외에는 품질유지기한을 꼽을 수 있다. 식품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보존방법이나 기준에 따라 보관하면 해당 식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기한이다. 장기간 보관해도 부패 우려가 적은 식품은 유통기한 대신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한다. 예컨대 레토르트식품, 통조림이나 잼류, 멸균 음료류, 주류 등에서 쓴다. 품질유지기한은 변질, 부패와 관련 없이 유통기한 때문에 폐기해야 했던 식품들의 자원을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주 등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거나 식품 안전성이 뛰어난 일부 품목은 제조 년·월·일로 표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