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올 2월 동절기
1874가구 “불 안때서…”
291가구는 계량기 고장 이유
구청 “비리 드러날 땐 고발”

‘송파구판 제2의 난방열사 나올라….’

배우 김부선의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 폭로 후 서울 송파구가 자치구 중 처음으로 난방비 관련 공동주택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45개 단지 5000여 가구가 ‘난방비 0원’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구가 아파트 관리소나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의 협조 없이 자체적으로 난방비 비리 여부를 조사할 수 없는 데다, 공동 조사를 통해 이유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난방비 0원 가구를 밝혀내도 열량계 등 조작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처벌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12일 구에 따르면 동절기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중앙·지역난방을 이용하는 74개 단지 8만3768가구를 대상으로 난방비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2400가구가 0원, 2700가구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45개 단지 5100가구가 이른바 ‘난방비 0원 가구’로 분류됐다. 조사기간 한 달이라도 난방비가 0원이 나온 가구는 전체의 6%에 달했다.

구는 난방비 0원 가구 중 가장 많은 1874가구(36.7%)의 사유가 ‘미난방’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구 관계자는 “이들 가구 중 적지 않은 곳이 높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전기 등 대체난방을 사용하며 점퍼 등을 입고 실내생활을 했다고 이유를 댔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난방비가 다른 가구에 전가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291가구는 계량기 등 시설고장·훼손·불량으로 요금을 부과받지 않았다.

반면 미거주(127가구)나 여행·장기출장(158가구) 등 상대적으로 사유가 명확한 경우는 크게 드물었다. 구는 일단 계량기 등 시설 이상이 있는 경우 청소나 교체 작업을 진행한 뒤 문제가 재발할 경우 자발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구 관계자는 “특히 사유가 불명확한 난방비 0원 가구들은 따로 데이터를 분류해 관리한 뒤 난방공사와 정기·불시점검을 진행해 현장에서 계량기 조작 등 비리가 드러날 경우 경찰에 고발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