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말 회원제 골프장엔 때아닌 ‘개나리’가 만발해 있습니다. 카트마다 실린 골프 백에 한 비공인 장타 드라이버 메이커가 만든 ‘노란색 드라이버’를 꽂고 다니는 골퍼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20년 전 캘러웨이 ‘빅버사’ 드라이버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국내 골프장마다 한 팀에 3∼4명이 같은 드라이버를 갖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사실 14개의 골프 클럽 중 유행에 가장 민감한 게 ‘드라이버’입니다.

최근의 노란색 드라이버 열풍은 한국 골퍼들의 ‘정서’와 ‘열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골퍼라면 ‘비거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게 인지상정.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말처럼 비거리가 짧던 친구가 어느 날 나보다 더 멀리 보낸다면 친구의 드라이버부터 살핍니다. 드라이버 하나 바꿨을 뿐인데 20∼30야드 더 나간다면 ‘앞뒤’를 가리지 않습니다.

사실 노란색 드라이버는 10여 년 전 ‘장타자 전용’으로 들어와, 일본 유명 브랜드의 ‘황금색 비공인 드라이버’들과 경쟁을 펼쳐왔습니다. 노란색 드라이버는 몇 해 전부터 파워와 비거리로 고민하는 골퍼들을 타깃으로 ‘설정’했습니다. ‘비공인 장타 드라이버’로 콘셉트를 바꾼 뒤 급속히 사용자가 늘었답니다. 비공인 드라이버는 프로나 아마추어 공식 대회에선 사용할 수 없지만 ‘주말 골퍼’와는 무관합니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실골프협회(R&A)는 반발계수 허용치를 0.830으로 규정했습니다. 반발계수란 드라이버가 골프 볼에 전달되는 힘의 비율입니다. 0.830이란 1m 높이에서 볼이 83㎝ 튀어 오른 것이며, 수치가 0.01 올라갈 때마다 거리가 2야드 길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페어웨이 우드는 0.760, 일반 드라이버는 0.825 안팎이지만 노란색 드라이버는 ‘고반발’ 표현도 모자라 0.930 이상의 제품을 선보이며 ‘초고반발’ ‘극초고반발’ ‘극극초반발’로 세분화해 골퍼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듭니다. 이론대로라면 30야드 전후는 더 나갈 수밖에…. 노란색 드라이버 사용자 중에는 92세 여성도 있고, 30∼40대도 많습니다, 특히 페이스 면이 얇다 보니 잘 깨지는 편인데 이들 중 95%가 깨진 것을 수리해 다시 사용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드라이버 1개가 깨질 때면 일본은 10개, 한국은 100개가 된다’는 용품업계의 정설이 한국 골퍼의 경쟁심리 단면을 엿보게 합니다. 혹시 비거리에 대한 열정과 집착으로 똘똘 뭉친 주말 골퍼들이 노란색 드라이버를 10년, 20년 전 젊음을 되찾아 주는 ‘마법의 지팡이’쯤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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