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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실패가 얼마나 축적됐는지가 바로 연구소의 경쟁력입니다.”

권영운(49·사진) 대전 LG 기술연구원 중앙연구소 미래기술연구센터장(상무)은 지난 3일 실패한 경험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LG 기술연구원이 추구하는 연구·개발(R&D)이 어떤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인 셈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연구를 하는 것, 다만 그 연구 과정이 성실했다면 비록 연구가 실패했더라도 분명한 성과가 있다는 의미다. 권 상무는 성공만 추구하는 연구·개발은 오히려 더 큰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에서 각종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귀가 번쩍 뜨이는 조언이었다.

“최근 LG화학이 내놓은 적지 않은 신기술들이 과거 실패에서 힌트를 얻은 것들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은 연구·개발 영역에서 가장 보편적인 진리죠. 고유한 (성실한) 실패의 경험이 세계 유일의 LG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 연구·개발 분야의 어려움에 대해 “과거 우리는 선진국이 이미 했던 길을 빠르게 쫓아만 가면 됐지만, 지금은 우리가 남이 하지 않은, 세상에 없던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가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발해 세상을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상무는 “소위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제품들은 기존 연구·개발과 달리 접근해야 한다. 어렵고 장기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단기간과 비교해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LG화학은) 지난 2013년부터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기 위해 조직적으로 준비해 왔다”며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기업보다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권 상무는 “현재 성과가 나는 2차 전지 개발도 굉장히 어려운 때가 있어 냉철한 경영적 판단이었다면 중간에 중단했을 것”이라며 “결국 성공한 것은 성실한 실패의 이점을 아는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전 =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