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소주 판매지역 제한이 풀린 뒤 시장점유율이 낮아진 상당수 지방 소주들이 ‘지역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좋은 재료와 진화된 공법, 적극적인 마케팅까지 총동원하는 모양새다. 3일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판매지역 제한 해제 이후 소주 제조사별 전국 시장점유율에 다소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1995년 48.8%였던 전국 시장점유율이 2012년 48.3%로 0.5%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경남에 기반을 둔 무학은 같은 기간 6.0%에서 13.3%로 괄목할 만한 신장세를 나타냈다. 금복주(6.0%→7.6%)와 롯데(14.0%→14.8%)는 점유율이 다소 상승한 반면, 보해양조(9.0%→5.5%)와 대선주조(6.0%→3.4%) 등은 하락했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과당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소주를 포함한 주류업체의 시장점유율 현황을 2012년 이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부산 향토업체인 대선주조의 지역 소주 시장점유율은 지난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90%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대선주조가 부도난 뒤 모 서울기업이 헐값에 인수해 다시 사모펀드에 5배의 가격을 남기고 파는 속칭 ‘먹튀’ 논쟁이 벌어져 부산시민들이 등을 돌렸다. 이에 다시 향토기업인 조선업체 비엔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한 대선은 2014년 1월 원적외선 숙성공법을 이용한 중저도주인 18도의 ‘시원블루’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 2월 프리미엄 저도주(16.9도)인 ‘시원블루 로즈’를 내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금복주는 품질제일주의를 표방하면서 4년 전부터 매일 대구·경북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음회를 열어 불만사항을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이 결과 4년 전 80%였던 대구·경북 시장점유율이 현재 85%로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대전·충남·세종지역을 연고로 한 향토 소주업체인 맥키스는 2005년 출시한 ‘O2린’이 산소를 녹여 넣는 특허 공법으로 숙취 해소가 빠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