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원’ 등 소비자단체
“병원이 직접 보험사에 청구
비급여 항목 표준화도 필요
보험사도 보험료 인하해야”
의료계는 “통제대상 아니다”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꼽히는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항목의 과잉진료와 가격거품’ 문제를 둘러싸고 소비자·보험사 진영과 의료계 간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치료비를 사실상 전액 보장하는 실손보험은 3000만 명 이상이 가입하고 있어 ‘국민보험’으로 불린다.

소비자 단체가 비급여 가격 거품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보험료 청구절차 일원화 방안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전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실손보험의 청구절차 간소화 방안을 추진키로 해 앞으로 양 진영 간 싸움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민 체감 20대 금융 관행 개혁’의 하나로 실손보험 청구절차 간소화 방안을 추진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실손보험 관련 민원이 빈번하게 발생해 가입자 편의와 권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원의 근본 원인인 ‘비급여 항목의 가격거품과 불투명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금감원이 비급여 항목의 표준화 문제에 어떤 식으로든 손을 댈 수밖에 없어 앞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시민모임·금융소비자원 등 소비자 단체는 이와 관련, “현재 가입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영수증 등 증빙 자료를 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이중 구조를 고쳐 병원이 직접 보험회사에 청구하게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처럼 비급여 항목을 표준화하고 투명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마다 비급여 의료비의 코드와 서식이 달라 객관적인 의료비 산출은 물론이고 내용 파악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청구절차 간소화를 통해 비급여 항목의 가격거품 문제가 걷히면 보험사도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가계 부담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의료계는 자율 영역을 침해한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특정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이 통제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실손보험의 개발과 운영에 참여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압력을 가하거나 강제하려는 시도는 정당하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