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나도 야당의원 되어 큰소리 치며 협상하고파”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야당의 ‘연계’ 전략에 대해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서 ‘국회선진화법(국회법)’에 대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탄력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일선 의원들은 물론이고 지도부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불임국회’의 주원인으로 국회선진화법을 지목하고 나서 개정 움직임이 곧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개정을 추진하려면 헌법재판소의 판단, 야당의 동의가 필요해 실제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 직후 “국회선진화법이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정말 우리나라 미래에 큰 불행과 장애가 될 것”이라면서 개정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 처리를 주도했던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폭력 방지라는 점에서 국회선진화법의 의미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선진화법 개정 문제는 상당히 논의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인정했다. 황 의원은 “선진화법은 동물 국회, 싸움 국회를 막아보자는 불가피한 선택의 과정이었지만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모든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원칙을 존중하고 있고, 그런 측면으로 되돌리려는 논의는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국회 선진화법 개정 요구는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연계 전략 문제가 불거지며 더욱 거세졌다. 새정치연합이 지난 2일 1차 합의 과정에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조항의 명문화를 요구했고, 2차 합의에서는 연금 개혁과 전혀 무관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한 데 대해 새누리당 내에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이 사라져버린 19대 국회를 경험했다”며 “국회선진화법은 반(反) 헌법적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선진화법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은 제85조 2의 ‘안건의 신속처리’ 부분이다. 이 법은 과거 국회의 대표적인 구습으로 꼽혔던 날치기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여야 교섭단체 합의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 독재’ ‘제왕적 야당’이라는 말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여권의 한 의원은 “나도 야당 의원이 돼 큰소리치며 협상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