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악수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9일 새벽 공무원연금개혁법안 처리 등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
대통령령의 위법성여부
법원만이 판단할 수 있어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
수정변경 처리 요구는
헌법의 권력분립 흔들고
국회법에 복속시키는 것”

여야가 29일 본회의에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행정기관은 이를 처리’토록 한 국회법 개정안(제98조의 2)을 전격 통과시킨 것에 대해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위기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임위원회, 즉 국회는 정부 부처가 만든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부처에 대통령령 등의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부처는 수정·변경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를 놓고 학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회가 국회선진화법에 이어 국회법 개정 등을 통해 입법권력을 남용함으로써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의 권한까지 침해하고 정부의 국정 수행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겸(법학) 동국대 교수는 “대통령령이나 시행 규칙이 국회의 법률의 범위를 벗어났을 땐 (권한을 침해당한) 대법원이 소송을 하면 되는 것(헌법 107조)”이라며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아니라 그 자체가 위헌”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헌법학자 등이 문제 삼는 대목은 ‘수정·변경의 요구’와 ‘처리’라는 대목이다. 개정 전 법률에 따르면 국회는 행정부에 단순히 문제점을 ‘통보’할 수 있고 통보받은 부처는 ‘처리 계획’과 그 처리 결과만 보고하면 되지만 개정안은 처리를 의무화했다. 즉 입법·행정·사법권을 각각 국회·정부·법원에 귀속시킨 헌법 제40·66·101조의 권력분립주의 자체를 흔들고 대통령령과 총리령·부령의 발령 근거인 제75·95조를 국회법 일개 조항에 복속시키는 하극상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대통령령 등의 수정을 지시할 권한이 없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령 등이 법률에 위반되는지는 법원만이 판단할 수 있다”며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국회는 통보 형식으로 문제 제기는 할 수 있어도 행정 기관에 수정하라고 요구할 수 없고, 행정 기관 역시 국회 요구대로 처리할 의무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문제의 ‘처리’라는 단어의 의미를 “국회가 요구한 것을 그대로 반영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 이전 국회법의 ‘처리 검토’는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국회가 요구해도 무조건 수정하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해석한 뒤 “개정안을 통해 달라진 점은 국회가 요구하면 행정기관은 대통령령 등을 (의무적으로) 고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만용·윤정아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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