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9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지렛대로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권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세월호법 시행령 개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연계전략을 구사해 삼권 분립 원칙을 훼손했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게 됐다. 또한 협상 과정에서 그가 선보인 마구잡이식 연계전략은 국회에 나쁜 전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 내에서조차 예측불허에 옹고집이고 좌우충돌하는 이 원내대표의 협상 스타일이 불안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고 여야가 재협상에 들어간 후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 원내대표에 대해 “종잡을 수 없다”는 평가가 계속 터져 나왔다. 이 원내대표는 기존 합의에는 들어있지 않은 기초연금 강화를 주장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공식 회의에서 야당의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을 요구했고, 협상 막바지에는 세월호법 시행령 개정과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사실상 연계시켰다. 새정치연합에서도 “기초연금 강화와 문 장관 해임 문제는 공적연금 강화와 관련된 사안이어서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세월호법 시행령은 뜬금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10일 여야 합의에 세월호법 시행령 개정 문제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5월 임시국회 전반에 대한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었지 연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원내대표는 10일 여야 회동에서 2시간 넘게 세월호법 시행령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18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 시절에도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도입에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 도입을 연계해 이를 관철한 바 있다. 이 원내대표의 협상 스타일이 공무원연금 개혁처럼 여당이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법안 이 있을 경우에는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여당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히 나온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