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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압력에 울며 겨자먹기
유료방송업계 VOD 가격 올려
인기 프로그램은 대부분 포함

“주중에 놓친 TV 프로그램을 주말에 몰아 보는 게 낙이었는데….”

직장인 김소리(여·24) 씨는 요즘 주말에 TV를 켤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김 씨는 평일에는 바쁘고 고된 회사 업무 때문에 TV 시청이 어려워, 주말에 인기 프로그램을 몰아 보는 게 큰 낙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일부터 재방송을 시청할 때 대부분 이용하는 인터넷TV(IPTV)사의 주문형 비디오(VOD) 구매 가격이 고화질(HD) 프로그램의 경우 편당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고, 일반화질(SD) 프로그램도 700원에서 1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 씨는 “주말에 주중 방송된 드라마 두 편(4회 분량)과 예능 두 편 정도를 보는데 인상 전보다 3000원 정도를 더 쓴다”며 “구매를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상파 3사와 유료방송(케이블TV, IPTV) 업계가 VOD 가격을 최대 50% 인상한 데 이어 구입 대상 프로그램을 두 배 이상 크게 늘리는 등 잇따라 인상을 꾀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방송사들은 “채널별 가격을 올린 VOD 프로그램은 5개뿐이라 영향력이 작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변명임을 알 수 있다. KBS의 경우 드라마 ‘프로듀사’와 ‘파랑새의 집’ ‘후아유-학교2015’ ‘복면검사’를 비롯해 예능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대상 프로그램으로 정했다. MBC는 예능 ‘무한도전’ ‘진짜사나이’를 필두로 드라마 ‘화정’ ‘맨도롱 또똣’ ‘여왕의 꽃’을 가격 인상 프로그램으로 묶었다. SBS는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가면’, 예능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정글의 법칙’ ‘아빠를 부탁해’ 등의 값을 올렸다. 각 사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자 VOD 선호도가 높은 프로그램은 대부분 포함해 수익만 챙기겠다는 의도다.

게다가 지상파 3사는 올해 연말까지 VOD 가격 인상 대상 프로그램을 각 사마다 6개씩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의 15편을 더하면 연말부터는 총 33편의 가격이 최대 50%까지 치솟는다. 유료방송 업계는 가입자 이탈을 우려해 지난해부터 이어진 지상파 방송사의 가격 인상 요구를 거부했지만, 콘텐츠 공급자인 지상파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수용했다.

향후 인상요인은 또 있다. MBC는 최근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에 VOD를 무료로 제공하는 시점인 홀드백 기간을 다양화하자고 제안했다.

지금까지는 본방송 후 3주가 지나면 무료로 VOD를 볼 수 있었지만, MBC의 제안에 따르면 이 기간을 1∼4주로 정할 수 있다. IPTV사가 지상파로부터 콘텐츠를 사올 때 당연히 1주 홀드백 상품의 가격이 더 비싸다. 하지만 보다 빨리 무료 콘텐츠를 보기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맞춰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IPTV사는 비싼 홀드백 상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MBC의 요구가 수용되면 KBS와 SBS도 동참할 것이 분명하다. 이로 인한 가격 부담은 고스란히 시청자가 떠안는다.

IPTV사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로부터 콘텐츠를 사오는 가격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VOD 서비스 비용도 상승하게 된다”며 “지상파의 이익 증대를 위해 결국은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