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 셰프·엉터리 쇼닥터… 판치는 ‘방송용 전문가’

“터질 게 터졌다.”

25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맹기용 셰프의 자질 논란을 바라보며 여러 방송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낸 목소리다. 이날 맹 셰프는 샌드위치에 꽁치를 넣어 ‘맹모닝’이란 기괴한 음식을 선보였다. 단순히 이 음식의 맛이 문제가 아니었다. 4년의 셰프 경력을 가졌다며 그동안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그가 전문 요리사 코스를 밟으며 최소 10년 넘게 요리해 온 셰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물로 소개된 것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컸다. 실력보다는 외모나 방송 능력이 우선시되는 방송 생태 상 ‘무늬만 전문가’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방송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전문가라서 TV에 나오는 게 아니고, TV에 나온 후 전문가가 되는 병적 행태가 잇따른다. 뚜렷한 의학적 근거가 없는 치료법을 제시하고 건강기능식품을 홍보하는 일명 ‘쇼닥터’들의 문제 역시 이미 수차례 거론됐다. 한 의사는 방송에 출연해 “5년간 불임이었던 사람이 유산균을 먹고 한 달 뒤 임신이 됐다. 혈당도 조절된다”고 소개했다. 이 의사는 홈쇼핑 채널에서 이 유산균을 팔기도 했다. 또 다른 의사는 “물구나무를 서면 발모 효과를 볼 수 있고, 반신욕을 하면 모발 색을 검게 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쇼닥터’의 폐해를 막기 위한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 등장 이후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전문가나 평론가를 자처하는 낯선 패널도 많아졌다. 하지만 ‘전문가’라고 내세울 기준은 없다. 피부과 전문의로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인물이 정치 평론을 늘어놓는 모습은 대중에게 몹시 낯설다. 한 지상파 방송사 보도국 관계자는 “어제는 정치를 논하던 평론가가 오늘은 연예인의 가십에 대해 떠들고, 몇몇 변호사는 만병통치약이 된 듯 모든 이슈에 대해 전문가적 식견을 늘어놓는다”고 꼬집었다. 생방송을 진행하며 ‘이슈몰이’에 바쁜 제작진이 ‘제대로 아는 전문가’를 찾기보다는 ‘시간이 되는 방송인’을 찾다 보니 이 같은 촌극이 반복되고 있다.

실력이 검증된 인물을 섭외하기보다는 화제를 불러일으킬 방송용 전문가를 찾는 제작진의 무사안일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TV에 나오면 뛰어난 인재로 분류되는 구시대적 인식이 여전하다”며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 패널을 선정하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하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출연진을 섭외하려는 제작진의 양심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구철·안진용 기자 kckim@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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