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가 해외브랜드 업체들의 제품 수선 서비스에 불만을 갖는 소비자들이 줄지 않는 가운데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고가 브랜드 취급 수리점의 모습. 문화일보 자료사진

본사 보냈다며 수개월 ‘감감무소식’
제품 값 20% 넘는 ‘바가지 수선비’
구입 6개월만 지나도 ‘무료 AS 거절’

지난해 여름, 중저가 브랜드인 ‘소○○’ 백을 장만했던 김효진(여·27) 씨는 이 업체의 제품 수리 서비스에 화들짝 놀랐다. 이후부터는 이 업체의 ‘불매 운동가’가 됐다고 말할 정도다.

20여 만 원을 주고 나일론 백을 구매했는데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당시 유행하고 있던 브랜드 제품이어서 별 불만 없이 7개월가량 잘 들고 다녔다. 어느 날, 이 가방을 메고 나가려다 고리 한쪽이 파손된 것을 발견했다. 해당 업체 본사에 전화를 걸어 수선 여부를 물으니, 택배로 보내주면 수선을 해 주겠다는 답변이 왔다. 구매한 백화점에 가서 맡기면 안 되느냐고 물으니, 안 된다고 했다. 구매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택배로 보내면 수리를 해 준다는 것인데,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구매 6개월이 지난 제품은 수선비가 청구된다는 점이었다. 수선비가 5만 원 이상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는 수선을 포기했다. 제품가격의 20%가 넘는 ‘바가지 수선비’도 문제지만, 업체의 막무가내식 고객서비스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70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구매한 고가 해외브랜드 신발의 굽 교체를 위해 수선을 맡겼다가 어려움을 겪은 박선화(여·33) 씨도 해당 업체의 엉터리 수선 서비스에 곤욕을 치렀다. 제품을 구매한 백화점에 수선을 맡겼는데, 수개월이 지나도 제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탈리아 본사로 제품을 보내 수선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선비도 10여 만 원이 넘게 청구됐다. 장기간의 수선 기간에 비싼 수선비를 생각하면 박 씨는 괜히 제품을 구매했다는 후회까지 든다고 했다.

28일 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도를 넘는 제품 수선비와 엉망인 수선 서비스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판매한 제품에 대한 수리·보상 서비스는 판매 업체의 당연한 ‘의무적 서비스’인데도,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오히려 ‘을(乙)’이 돼 가슴을 졸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들어온 지난 2011년 의류 수선 서비스관련 불만신고는 42건, 2012년에는 43건, 2013년에는 54건까지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43건으로 줄기는 했지만, 소비자들의 제품 수선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수선 서비스 불만은 고가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다. 수선 서비스 자체가 매우 ‘고압적’인데다, 비용도 대부분 소비자가 내고 있는 실정이다. 대개 1년 정도의 품질 보증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구두 굽과 같은 소모품에 대한 비용은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고가 브랜드들의 서비스 정책에 소비자 불만이 많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최근 고가 브랜드들이 판매 악화로 제품 가격을 일제히 낮추고 있는 것을 보면 수선 서비스 개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수선 서비스에 불만을 지닌 소비자들은 서울 이태원 등의 고가 브랜드 전문 수선업체를 찾는다. 수선 가격도 훨씬 저렴한 데다, 수선 기간도 짧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고가 브랜드 수선업체와 업무제휴를 맺는 백화점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고가 브랜드 전문 수선업체들은 공식적인 수선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역시 조심해야 한다. 이들 업체 역시 수선 가격이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고 오히려 수선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태원의 고가 브랜드 전문 수선업체를 찾았다는 이연화(여·28) 씨는 가방을 수선하기 위해 제품을 맡겼는데, 해당 업체가 수선비를 알려주지 않은 채 “수선을 해 봐야 알겠다”고만 말했다. 며칠 뒤 수선업체를 찾은 이 씨는 수선비가 30만 원이 나왔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수선한 담당자는 “국내에서 단종된 제품이라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 수선비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수선 담당자의 말을 검증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선 맡긴 것을 물릴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선비를 지불했다”며 “제품을 맡기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고가 브랜드 수선업체를 이용했던 또 다른 소비자는 “가격이 저렴하고 기간이 짧다는 얘기를 듣고 이태원의 수선업체를 찾았는데, 같은 제품인데도 업체마다 수선 가격이 다 달라서 최고 20만∼3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했다”며 “하지 않아도 될 수리과정을 포함해 가격을 부풀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 공식적인 전문 수선 직영점 제도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제품 수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소비자 약관 등을 통해 기업들이 제대로 수선 서비스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