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中企人과의 대화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일자리창출을 위한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배구조 등 관련 규제 완화
기업 자금조달 부담 덜어줘
구조개선 속도있게 진행토록

간이·소규모 합병 요건 풀어
중소·중견기업 신사업 지원

27일 공개된 ‘기업사업재편지원특별법(원샷법)’의 정부용역안은 소규모 합병 등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신속하게 사업 재편을 마무리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안이 통과되면 지주회사 규제 완화와 기업 인수·합병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대기업은 물론, 과잉생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권종호 건국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작성한 용역안을 토대로 원샷법을 입법한다는 계획이다. 권 교수는 용역안에서 원샷법을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이라고 명명했다. 3년이라는 제한된 기간 내에 정상적인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도와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의미다. 현재 수출 부진 등 산업 전반의 침체가 외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의 생산성 하락과도 맞물려 있어 속도감 있는 사업 재편 없이는 다른 정부 대책도 백약무효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샷법은 기업합병 및 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한 지주회사법 및 상법 관련 규제를 3년간 한시적으로 대폭 완화하도록 했다.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 청구 기간을 단축하고 기업들의 주식매수 기간을 연장해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줘 구조 개선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가 민간 전문가 집단과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생산성 향상이 기대되는 기업을 선별해 지원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특히 간이합병 및 소규모합병 요건을 완화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도 신사업 등에 진출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중소·중견기업들이 사업활동 전 규제적용 여부를 주무부처에 확인해 해당 부처가 미리 이를 통지해주는 ‘그레이존 해소’ 제도도 도입된다.

이번 용역안은 무조건적인 직접세제 지원방식보다는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과잉설비 해소 등)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과, 일본과 같이 사업 재편 시 등록면허세 50%를 감면하는 특례를 제시했다. 향후 정부 입법 단계에서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원샷법이 시행되면 사업 재편에 소극적이던 기업들도 당초 계획을 앞당겨 법 시행 기간 내 기업체질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과거와 달리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다소 축소되고, 지주회사 규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되는 것은 기업의 사업 재편에 상당한 유인책이 될 전망이다. 과거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의 경우 소규모인 KP케미칼 합병 당시 주식매수청구권 과다행사로 한 차례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주식매수청구권 과다 행사로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원샷법이 시행되면 이 같은 합병 실패 사례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기업은 사업 재편 계획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신청이 잇따를 것이라는 게 용역안을 작성한 권 교수의 예상이다.

박정민·임대환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