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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단 이사장 선임 이어 실질적 경영에서도 ‘등극’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6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하면서 사실상 ‘이재용 체제 출범’의 큰 그림이 완성됐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기존 지배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구성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재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로서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부회장의 제일모직 지분율은 23.23%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재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4%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는 결국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4% 이상 보유하게 되고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 역시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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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경영승계 등의 논란을 잠재우고, 투명한 지분변화를 통해 경영권 안정을 도모한 것이다.

물론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기 때문에 이번 결정으로 합병법인에 대한 지분율은 떨어진다. 이날 삼성에 따르면 합병법인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16.5%로 기존 제일모직 지분율보다 7%포인트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지분율 역시 7.8%에서 각각 5.5%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율은 3.4%에서 2.9%로 낮아진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관계사들의 지분을 합치면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 부회장은 합병법인에서 지분율이 줄어드는 대신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4.1%), 삼성SDS(17.1%) 등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이 부회장이 맡아오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에 선임됐다. 그룹 내 위상, 대외적 역할에서뿐만 아니라 실제적 경영지배 구조에서도 ‘이재용 체제’가 출범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