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황교안 총리후보자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딸(왼쪽)의 결혼식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성희야 환한 얼굴로 멋지게 시작해라. 그리고 가슴 벅찬 희망으로 새신랑과 함께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렴. 아빠, 엄마는 너희 신랑, 신부의 변함없는 응원 박수가 될게.”

황교안(58)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는 23일 하나뿐인 딸 성희(29)씨의 결혼식에서 편지를 읽는 내내 울먹였다.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편지를 모두 읽고 자리에 앉아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았다. 이날만큼은 딸을 시집보내는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성희씨는 이날 수원지검 안산지청 소속 조종민 검사(32·사법연수원 40기)와 화촉을 밝혔다. 결혼식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 4층 예그리나 예식장에서 열렸다. 주례는 조 검사의 대학 선배이자 황 총리후보자의 오랜 친구인 강영호(58) 특허법원장이 맡았다. 황 총리후보자와 강 법원장, 조 검사는 모두 성균관대학교 법대 동문이다.

황 총리후보자는 조용한 결혼식을 위해 검찰 내부에 청첩장도 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과 서울고등검찰청 관계자들에게는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식장 앞 로비와 내부도 신랑·신부의 사진과 웨딩꽃 장식 등으로 소박하게 꾸몄다.

축하 화환도 10개가 채 되지 않았다. 로비에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양승태 대법원장, 황 총리후보자와 40년지기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신부 측에 보낸 화환이 있었다. 신랑 측에는 강 법원장과 사법연수원 40기 동기 등이 보낸 4~5개의 화환이 있었다. 주례석 오른편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화환을, 왼쪽에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화환을 뒀다.

신부 측은 이날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 방명록도 없었다. 혼주 인사도 김주현 법무부차관 등이 대신했다. 로비에는 축의금 테이블 대신 ‘신부 측 혼주 인사와 방명록은 생략함을 양해 바랍니다’, ‘신부 측 화환과 축의는 정중히 사양 드림을 양해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적은 팻말을 세웠다.

황 총리후보자는 결혼식이 시작되기 30여분 전 대검 청사에 도착했다. 황 총리후보자는 주변에 딸의 결혼을 많이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가족들과 작은 결혼식으로 하려고 안 알렸다”며 “여러 하객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가족끼리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황 총리후보자는 식장 안팎을 돌아다니며 하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눴다. 한 하객에게는 “몰래 하는 것 같이 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이날 결혼식에는 500여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35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객석이 가득 찼고, 그 뒤로 100명이 넘는 하객들이 서서 발 디딜 틈 없었다.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과 안창호 헌법재판관, 길태기 전 서울고검장, 윤병세 외교부장관,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도 이날 식장을 찾았다. 진경준 기획조정실장과 봉욱 법무실장, 안태근 검찰국장 등 법무부 간부들도 참석했다.

<뉴시스>

<저작권자ⓒ '한국언론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