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격식있는 시원함 … 신사의 쿨비즈룩

시대가 급변하고, 계절이 변해도 ‘신사다움’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언제나 매너를 유지하는 것. 약간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으로 우선 드러난다. 항상 세련되고 우아한 스타일을 유지해야 한다. 신사다움의 중요한 일부다. 여름은 어렵다. 시각적 품위를 지킨다는 게.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 ‘슈트발’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쿨비즈룩의 정석 … 피케 셔츠 + 면 팬츠 + 면 재킷 = 프랑스의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장 르네 라코스테(1904∼1996)는 코트 위뿐만 아니라, 남성 복식사에도 큰 획을 그었다. 그가 자신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만든 피케 셔츠는 통기성, 신축성, 땀 흡수력까지 갖춰 여름철 와이셔츠를 대신해 슈트 속으로 들어갔다.

체감온도도 낮추고 격식을 갖추는 ‘쿨비즈룩’의 정석. 피케 셔츠 하면 빨강, 노랑, 파랑 등 강렬하고 선명한 원색이 떠오른다. 하지만 점점 더워지는 요즘엔 은은한 블루 계열이나 줄무늬 패턴이 훨씬 시원해 보인다. 여기에 컬러 감을 맞춘 10분 길이의 바지(과감하게 화이트라면 더욱 좋다)와 가벼운 재킷(면이나 린넨 혼방)을 더하면 깔끔한 쿨비즈룩이 완성된다. 이때, 신발은 단순한 디자인의 파스텔톤 보트슈즈(미끄럼 방지를 위해 밑창이 고무로 된 신)를 신어 발 등을 드러내는 게 관건. 발끝까지 챙겨야 스타일이 업그레이드된다. 사내 패셔니스타로 등극할 수도.

더위를 많이 타거나, 보다 젊은 스타일을 원한다면 목 칼라(깃)마저 없애야 한다. 브이(V)넥 티셔츠다. 라운드보다 정장에 잘 어울리는 브이넥 티셔츠를 재킷 안에 매치한다. 하의는 깔끔한 화이트나 블루 팬츠. 이때 셔츠는 몸에 약간 붙는 게 자연스러운데, 배가 너무 나왔거나 마른 체형은 피하도록. 냉감 기능 소재로 고르는 건 필수다.

◇더위에도 포기 못 할 ‘슈트발’… 린넨 재킷 + 포켓치프 = 콜린 퍼스 주연의 영화 ‘킹스맨’이 한국 남성들에게 이 두 가지는 확실하게 심어 준 듯하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과 ‘남성은 슈트를 입었을 때 가장 남성스럽다’는 사실. 날이 더워져도 클래식한 슈트 차림을 포기할 수 없는 신사라면, 린넨 코튼 혼방 소재의 재킷을 선택하는 게 좋다.

재킷 왼쪽 가슴 주머니에 손수건 모양의 포켓치프를 꽂으면 클래식 슈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물론, 이때 재킷 안에도 피케 셔츠나 티셔츠는 금물이다. 또, 반드시 팬츠에 벨트를 매어야 제대로 갖춰 입은 신사가 됨을 잊지 말자. 형식을 차린다고, 신발마저 검정 구두는 곤란하다. 보트 슈즈를 신어도 단정함에 크게 무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금요일엔 일 + 레저 ‘크로스오버’ 패션 = 주말을 앞두고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금요일 출근길엔 퇴근 후 레저 활동을 위한 ‘크로스오버’ 패션을 시도해 보자. 쿨비즈룩의 필수품인 피케 셔츠에, 수년 전부터 주목받고 있는 반바지 정장 스타일을 활용하는 거다. 특별한 장식이 없는 기본 반바지(짧아도 여름 바지는 화이트다)에 줄무늬가 시원한 감색 피케 셔츠를 매치해 보면 어떨까. 이때 셔츠는 반드시 바지 안으로 넣어 입고, 천 소재로 된 경쾌한 벨트를 매어준다. 재킷도 없고, 긴 바지도 없다. 회사 내에서 어딘지 ‘벌거벗은’ 느낌이 든다면, 가벼운 니트를 어깨에 살짝 걸치면 금요일의 여유를 만끽하는 멋쟁이 신사가 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인디안·브루노 바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