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
4월 전년동기비 8.1% 감소
연초부터 4개월 연속 뒷걸음

내수 침체
1분기 민간소비 1.5% 증가
前 분기와 비슷한 수준 그쳐

세계 경기 둔화
美·유럽은 다소 나아지지만
中 성장률 6.8%로 하향전망

한국 경제가 수출, 내수 침체, 세계 경기 둔화라는 ‘3각 파도’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장기침체가 고착화할 수 있는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규제 완화, 노동시장 개혁,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 구사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유일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기감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 4월 수출액은 462억1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하며 올 1월(-1.0%)부터 4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특히 주력 간판 수출품목인 스마트폰(-38.8%)과 자동차(-8.0%), 자동차 부품(-5.6%) 수출이 줄줄이 감소하면서 관련 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반도체 수출도 지난해에 비해 6.9% 증가하기는 했지만, 11∼15%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했던 2014년에 비하면 성장 지표가 뚝 떨어진 상태다. 내수 역시 최근 일부 지표가 개선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쳐, 전 분기(1.4%)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제조업 증가율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7% 증가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0.4% 성장에 그쳐 여전히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4.3%로 지난해 1분기(77.1%) 이후 4분기 연속 내림세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국내 경제침체의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외국인 투자 유치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 역시 미국과 유럽의 상황은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부진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6.8%로 지난해(7.4%)보다 낮췄고, 내년에는 6.3%로 올해보다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올해 중국의 성장률을 7.0%, 내년에는 6.9%로 예상했다.전문가들은 수출과 내수 회복을 위해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개혁 등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종석(경영학) 홍익대 교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혁파하는 한편,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공무원연금 등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 없이는 향후 2∼3년 내 제로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권 원장 역시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지 못하면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에 대한 주문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장기적으론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을 지속해서 이어 나가는 한편, 단기적으론 재정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대환·박정민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