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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 자식을 잃는다는 것은 감내하기 어려운 비극이기 때문이다. 특히 꽃다운 나이의 어린 자식이 예방 가능한 사고를 막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면, 부모는 평생을 아픔 속에 살게 된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에게 그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그것이 삶의 아이러니다.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극 앞에서 다시금 삶의 의지를 다져나가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랑과 용서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 시청자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그래서이리라.

아들이 다니던 학교 앞에서 식당을 하며 죽은 아들에 대한 기억으로 살아가는 정덕인(김정은)은 평소에는 인심 좋은 밥집 아줌마지만, 학교 폭력을 목격하는 순간 아이들을 지켜주는 구세주가 된다. 그가 학교 폭력에 예민한 것은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다.

학교 폭력을 보다 못해 교무실까지 찾아와 거칠게 항의하며 따지는 그의 행동은 교감과 교사의 오해와 눈총을 받을 정도로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대학만 많이 보내면 된다는 생각으로 공부 잘하는 애들만 챙기면 나머지 애들은 어쩌라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하고, 선생들이 복잡한 일에 엮일까 봐 눈치만 보며 전전긍긍해서야 되겠느냐고 따지는 그 앞에서 교감과 교사들은 할 말이 없다.

자기 아들이 연루된 학교 폭력 때문에 머리가 아프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교사 강진우(송창의)에게 정덕인은 상당히 특이한 여자였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앞에서 작은 밥집을 하는 아줌마로만 생각했던 정덕인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그는 정덕인을 마음으로 품게 된다. 재벌가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정략 결혼했던 아내가 의부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한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가 정덕인을 통해 삶의 의지를 새롭게 다지기 시작한 것이다.

강진우는 정덕인의 선량한 웃음과 따뜻한 눈빛 뒤에 숨겨진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싶어 기꺼이 용기를 내서 그에게 다가가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악연이 그들의 관계를 가로막는다. 아들의 죽음 이후 이혼을 요구하던 정덕인의 남편 황경철(인교진)의 불륜 상대가 하필이면 강진우의 여동생 강진희(한이서)였기 때문이다. 강진우는 여동생의 결혼 상대자가 정덕인의 남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를 향한 연민과 애정이 깊어졌지만, 정덕인은 남편의 불륜 상대가 강진우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그에게 향하던 마음을 거둬들인다. 하지만 시어머니를 비롯한 시댁 식구들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남편의 이혼 요구를 거절하던 정덕인이 결국 이혼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상황은 돌변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 변화가 이혼한 부부와 친남매가 애정 관계로 엮이는 자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랑하는 여자를 형수로 받아들여야 했던 강진명(오대규)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그의 부인 최홍란(이태란)과 형수 나은수(하희라)의 대립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기에 자칫 ‘막장’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의도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