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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귀농·귀촌 가구 수 4만4682호
5년새 10배로 … 60대이하 증가폭 커

“국토의 균형발전 위해 의미있는 현상
은퇴연령보다 청장년층 정책에 집중”

2010년 이후 귀농·귀촌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돼가고 있다.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수는 모두 4만4682호였다. 2010년의 4067호와 비교하면 10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유형별로는 귀촌 가구 비율이 2012년 58.5%에서 2014년 74.9%로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귀농보다는 귀촌 가구가 크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귀농·귀촌 가구당 인원은 2012년 1.75명이던 게 2014년 1.8명으로 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귀농·귀촌자의 연령이 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60대 이상 은퇴 연령층보다 30대 이하, 40대, 50대의 증가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나홀로 귀농·귀촌’보다는 가족 단위 이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특정 지역 중심에서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도 귀농 가구는 1만1240호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의 귀농가구 수(1998년 6409호)보다 훨씬 많다. 귀촌 조사는 2012년부터 시행했다. 귀농가구와 귀촌가구를 구분해 조사한 결과 전남, 경북, 제주는 귀농가구가 소폭 증가했지만, 전체적으로 귀농보다는 귀촌가구가 더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젊은 귀농·귀촌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농업 승계, 농업 관련 비즈니스 참여를 촉진시키고, 농촌의 활력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30∼40대 사이에서 귀농·귀촌 바람이 불고 있는 이유는 뭘까.

농촌문제 전문가들은 그 첫 번째 이유로 교통여건, 정보기술(IT) 환경 개선 덕분에 도시보다는 농촌에서의 기회가 더 많아진 점을 든다. 최근 도시 주거비 문제, 청년 취업 등이 심각해졌지만, 농촌에선 농업 관련 비즈니스, 즉 ‘애그리 비즈니스’를 통해 성공할 가능성이 많아졌다. 또 과거에는 젊은층이 농촌으로 이주할 경우 같은 연령층과 단절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농촌에도 비슷한 30∼40대 연령층의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 그럴 요소가 적어졌다. IT를 기반으로 한 정보 교환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해진 것도 젊은층의 농촌 유입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두 번째 이유는 직장을 다니면서 전원생활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젊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송미령 선임연구위원(부원장)은 귀농·귀촌 인구이동 현상을, 도시의 압출요인(push factors)과 농촌의 흡입요인(pull factors)이 상호 작용해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한다. 도시의 높은 주택가격, 고용 불안정 등은 도시의 압출요인이라 할 수 있다. 교통통신 발달에 따른 거주지 선택의 제약 약화, 경제발전에 따른 국민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변화 등은 농촌의 흡입요인이 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귀농·귀촌이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여기에 2005년부터 본격화한 정부 당국의 귀농·귀촌 촉진 정책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국토 전체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귀농·귀촌 인구의 이동은 농촌뿐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의 의미있는 단초가 될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년 후 농촌 인구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성별·연령대별 농촌으로의 이동률을 적용해 추계한 결과, 2013년 930만 명(주민등록연앙인구 기준)인 농촌 인구는 20년 이후인 2033년에 811만 명에서 950만 명 사이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금까지 농촌에선 20∼30대 젊은 연령층의 순유출이 우세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농촌의 인구 고령화는 현재보다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30∼40대를 중심으로 귀농·귀촌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귀농·귀촌 정책도 은퇴 연령층보다는 이들 청장년층에 집중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험과 자본 측면에서 취약한 젊은 세대에게 교육훈련, 창업자본 지원, 인턴십, 농지·주택 연계 프로그램 등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한편 포괄적 지원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송 선임연구위원은 밝혔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