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도 우리보다 앞서 공무원연금 모수 개혁을 추진했다가 효과를 보지 못해 다시 구조개혁을 논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안이 기여율 소폭 상승·지급률 소폭 인하의 모수 개혁에 그쳐 근본적 구조를 개선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재정안정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아 각종 오해가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6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공무원연금개혁 이후 진행된 많은 연구에서 모수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의 연구용역으로 진행된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공무원제도와 공무원연금제도의 특성 분석’ 보고서에서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여러 유럽 국가들이 기존 안을 유지하면서 기여율을 높이는 모수 개혁을 추진했지만 결국 수지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해 구조개혁을 다시 추진하거나 추가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경우 최근 기여율과 지급률을 현행 8.49%, 2.0%에서 2020년까지 각각 10.8%, 1.78%로 조정하는 개혁을 단행했지만 수지 불균형 문제가 계속되면서 결국 공무원연금 혜택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축소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스웨덴도 모수 개혁 이후에도 발생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조기 퇴직자에게 6%씩 감액된 연금을 지급하는 추가 개혁을 단행했다.

이 같은 선진국의 개혁실패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혁안은 미시적인 모수 개혁에 그친 데다가 정부의 보전금이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재정이 건전한 상태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개혁안에 따른 333조 원 절감 효과가 실질적으로 재정이 늘어나는 것이 아님에도 마치 이를 다른 곳의 재원으로 돌릴 수 있다는 식의 논의가 이어지면서 더 큰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식 구조개혁과 유럽식 모수 개혁의 중간형을 택한 영국은 재정부담을 보다 줄이기 위해 지난 2008년 정부의 공무원연금 지출 상한선을 책정하는 정부부담상한제(fixed cost ceiling)를 도입하기도 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