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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앓는 현호군 수술 집도 서울성모병원 이명덕 교수

“변형다장기이식수술의 성공은 우리나라가 미국 등 의료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아울러 수술을 받은 신현호(4·가명) 군이 앞으로 건강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명덕(67·사진)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아외과 교수는 4일 전화 인터뷰에서 국내 최초로 변형다장기이식수술을 성공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1973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 교수는 1983년부터 1985년까지 미국 피츠버그 의과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일하며 소장 이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시기는 인체 소장이식도 성공하기 전이었다. 그는 피츠버그 의과대학에서 실험용 쥐로 소장 이식을 시도한 이래 올해까지 32년 동안 소아 장기이식 분야에 매진하면서 국내 최초로 소장이식수술을 성공시키는 등 이식수술의 권위자로 꼽혀왔다.

보통 장기를 이식할 때 간을 함께 이식하는 것을 ‘다장기이식술’이라 하고, 간을 제외하고 하면 ‘변형다장기이식술’이라고 부른다. 간을 포함한 7개 장기를 모두 이식하는 다장기이식술은 국내에서도 이미 성공한 바 있지만, 이보다 어려운 변형다장기이식술은 현호 군이 처음이었다. 변형다장기이식술의 성공이 값진 이유는 간을 떼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기 때문에 이어 붙여야 하는 혈관 수도 훨씬 더 많고, 보다 정밀한 세부 수습과정이 필요해 다장기이식수술보다 더 어렵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난 2013년 여름에 위장관 거짓막힘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던 현호 군을 처음 만났는데,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갑작스럽게 장 막힘 증상이 생겨 여러 곳의 병원을 찾아다닌 끝에 희귀병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위장관 거짓막힘증은 소장의 운동성이 약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하거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질환으로, 영양결핍뿐만 아니라 패혈증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망가진 소화기계 장기 대신 정상적인 사람의 장기로 이식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현호 군은 지난해 11월 22일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네 살 어린이가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하면서 18시간 30분 동안 대수술을 받게 됐다. 이 교수는 현호의 혈관, 담도 등의 위장관 5곳을 각각 이어붙이고, 배설을 위한 장루 2곳, 급식용 장루관 1곳 등을 만드는 등 소화기계 6개 장기이식에 성공했다. 현호는 수술 후 면역거부반응을 보여 한동안 이 교수를 긴장시켰지만, 5개월간의 회복 치료 끝에 지난 1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 교수는 “현호가 내년에 장루 복원 등의 마무리 수술을 남겨 둔 상태지만 힘든 고비는 넘겼다”며 “국내 최초로 이뤄진 어려운 수술을 성공해 뿌듯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병을 앓고 있던 어린이에게 새 삶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