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영장 필요해 단속 한계”… “정책·기술적 대책 필요 시급”

서울 A 초등학교 교사 H(여·27) 씨는 지난달 초 수업을 위해 교실에 들어갔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초등학교 2학년밖에 안된 남학생 두 명이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음란물에 나오는 성관계 장면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H 씨가 아이들을 제지하며 묻자, 스마트폰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받은 영상을 흉내 낸 것이라며 해당 음란물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H 씨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고 해당 학부모에게 동영상 삭제와 스마트폰에 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카톡으로 야동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에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모바일메신저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어린이들의 음란물 노출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전국 중·고교에 재학 중인 19세 미만 청소년 1만9266명 대상 ‘2014 청소년유해환경 접촉 종합실태조사’ 결과 성인용 영상물을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65.5%에 달했다. 이 가운데 휴대전화를 통한 성인물 경험률이 절반 이상인 52.6%나 됐다. 지난 2009년 휴대전화를 통한 성인물 경험률이 7.3%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6년 사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음란물 이용에 대한 마땅한 규제나 단속 방법은 현재까지는 없다. 스마트폰에서 유해사이트를 차단해주는 앱이 있지만, 사이트를 제외한 모바일메신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음란물 단속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SNS나 인터넷 등 공개된 자료에 대해 단속할 뿐 사적 공간인 모바일메신저까지 단속하지는 못한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 간의 공간인 모바일메신저를 확인하려면 영장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해숙 학부모정보감시단 사무국장은 “어린이들 사이에 스마트폰을 통한 음란물 유통은 이미 허용 한계치를 넘어간 지 오래”라며 “규제가 어렵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아이들을 모바일메신저 유해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