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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넘는 VIP룸 가려고 인터넷 커뮤니티 통해 모집

지난 24일 오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강남 00클럽 조각 모집합니다’는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오늘 밤 클럽 VIP룸에 함께 가서 놀 사람을 모으고 있다”면서 “선착순 모집으로 조기 마감될 수 있으니 서둘러 연락 달라”며 사람들을 부추겼다. 그는 “혼자 VIP룸을 가기엔 부담되고 딱히 갈 친구가 없는 20∼30대는 빨리 댓글을 달라”고 꼬드겼다.

이날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같이 나이트클럽 동행자를 구하는 이른바 ‘조각’ 모집 글이 수십 개씩 올라왔다. 이들이 쓰는 ‘조각’이라는 은어는 유흥업소 비용을 조각내 갹출한다는 의미다. 클럽 VIP룸 이용료가 대부분 100만 원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에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함께 가는 것이다. 모집인원은 대부분 7∼10명으로 참가자들은 초면이지만 강남 유명 클럽의 VIP룸에서 한 사람당 15만 원에 유흥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럼없이 참여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등에서 싸게 구입한 주류나 음료수를 업소 안으로 반입하기도 하는데 일명 ‘도시락’으로 불리는, 조각 모임 필수 준비물이다.

오직 유흥을 싼값에 즐기기 위해 모인 자리인 만큼 나름 대로의 ‘룰’도 있다. 모집 글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정도의 튀는 의상은 삼갈 것’, ‘즉석만남이 이뤄지면 다른 사람의 파트너에게 필요 이상의 말을 건네지 말 것’ 등이다.

최근 젊은 층들 사이에서 유흥업소를 싸게 출입하기 위해 이같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만나 친구인 양 노는 ‘조각 모임’이 성행하고 있다. 일부는 여러 명이 가면 할인해주는 혜택을 받기 위해 퇴폐영업을 하는 노래방이나 불법업소에 함께 갈 동행을 구하기도 했다.

유흥업소 한 관계자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유흥을 즐기는 목적은 같기 때문에 주말에는 조각 모임을 통해 업소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설동훈(사회학) 전북대 교수는 “이들은 필요에 의해 잠시 만났다 헤어지는 관계로 각자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집단의 힘을 빌려 쉽게 우월감을 얻으려는 소위 공동구매의 확장판”이라고 진단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