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등급 등 후속조치 논의
미사일 등 2~3급 수준 공유

韓‘휴민트’, 美·日 ‘테킨트’
3國 정보력 비교 우위 달라

국가정보원의 부족한 정보수집 능력은 한·미 동맹으로 메워지고 있다. 미국의 정보위성과 신호정보 등과 같은 최첨단 테킨트(TECHINT·기술정보)는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절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북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한·미·일 3국이 지난해 12월 체결한 3국 정보공유 약정(MOU)도 각각 수집한 대북 정보의 수준과 질이 다르다는 점에서 보완 역할을 하고 있다.

3국은 정보등급 기준 마련과 공유방식 등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16일과 17일 이틀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일 안보토의(DTT)를 갖는다. 3국은 추후 정보공유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과거사와 안보는 분리 대응한다는 정부의 ‘투 트랙’ 전략에 따른 것이다.

3국 정보공유 약정은 한·미와 미·일 군당국 간 정보공유 방식이 통합된 것으로 한국·일본과 각각 정보공유를 하던 미국이 중간에서 양국의 정보를 중개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직접 정보를 공유할 경우 국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고려됐다. 실제 지난 2012년 한·일 양국은 정보공유협정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국내 반일정서로 인해 무산된 적이 있다. 이같이 미국을 통한 우회 전달 방식에 따라 한국은 일본에 건넬 정보를 미국을 통해 전달하고 일본도 같은 형식으로 한국에 전달하게 된다.

3국이 공유하게 될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는 2∼3급 수준이다. 1급 기밀을 순차적으로 공유할 수는 있지만 정보공유 약정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3국 모두 최상급 기밀 공유는 가급적 뒤로 미룰 전망이다. 아직 일선 부대까지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같은 긴급상황을 대비해 정보공유약정 체계가 발달하면 이지스함 요격체계와 지상의 요격체계 간 정보연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3국은 각각 특정 정보수집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휴민트(HUMINT·인적정보)가 우위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사틴트(SATINT·위성정보), 이민트(IMINT·영상정보) 등과 같은 테킨트 부문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양국 모두 북한의 핵·장거리 미사일 정보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특히 일본은 정찰위성을 6대나 보유하고 있고 이지스함도 8척에 달한다. 한국이 휴민트로는 확보하기 힘든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일본은 세계적 수준의 시긴트(SIGINT·신호정보) 기술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83년 9월 러시아 사할린 상공에서 구소련 전투기에 의해 대한항공 여객기가 격추됐을 때 일본 자위대는 감청 장비를 통해 소련 공군의 교신내용을 확보한 바 있다. 일본은 군단급 이상 부대에 신호정보 수집 정보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북한 주재 일본인 등 휴민트 능력 또한 일본 정보당국의 무시할 수 없는 무기다.

위성정보는 미국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한국도 2020년대 군사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어서 전파 감청 기술로 습득한 정보의 가치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3국은 명목적으로 핵과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만 향후 사이버 분야에 대한 정보공유까지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있다. 올해 초 북한은 미국의 영화사 소니픽쳐스를 해킹해 자료를 파괴하고 수천 대의 컴퓨터를 마비시키는 등 사이버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이버전의 특성상 타국과의 정보공유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