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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낯이 익은 P(36) 씨가 진료실에 나타났다 .

“또 무슨 문제가 생겼습니까?”

그러나 고민하는 모습이 아니고 환한 모습이다.

“아니요, 저 선생님께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혹시 장가가게 된 겁니까?”

“예, 선생님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 정말 축하해요. 행복하게 잘 살아야죠, 이제.”

30년 전 세브란스 응급실에 6세 아이가 피투성이가 된 채 차에 실려 들어왔다. 후진하던 트럭에 깔려 아랫도리가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골반뼈가 으스러지고 장 파열, 요도파열로 생식기가 완전히 일그러진 상태였다. 우선 1차 응급으로 인공 항문 수술 및 방광 요로 전환 수술을 했다. 그 후 수차례에 걸친 복원 수술로 하나씩 회복시킨 후 마지막으로 완전히 뒤틀리고 막혀 있는 요도를 이어주는 수술을 해야 했다. 골반뼈가 요도를 완전히 막고 있어서 치골을 잘라내는 대수술을 하고서야 6시간 만에 끊어진 요도를 이어주며 수술을 마쳤다. 아버님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괜찮을까요? 앞으로 남자 구실을 할 수 있을까요?”

“요도는 어려웠지만 잘 연결했습니다. 앞으로 요도 협착이나 요실금 문제가 생길지 두고 봐야 합니다. 이 문제들이 잘 해결되어도 애가 커서 20여 년 후 결혼연령에 이르면 저를 찾아오게 될 겁니다”고 말했다.

그 후 정확히 25년이 지난 어느 날 아버님이 건장한 청년을 데리고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옛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25년 만에 찾아오게 되는군요.”

“아! 이 건장한 청년이 옛날 그 아이인가요? 그동안 어떻게 한 번도 연락이 없었어요?”

“선생님 덕분에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다가 이제 여자친구가 생기니까 고민이 되나 봐요.”

그동안 소변 문제가 요도 협착이나 요실금 없이 잘 해결됐으니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P 씨를 다시 보게 돼 반갑기도 했다.

“지금은 무엇이 제일 문제인가요?”

“발기가 잘 안 돼요.”

“자위는 가능한가요?”

“예, 가능해요.”

“성관계를 시도해 본 적 있나요? 약을 먹어 보았나요?”

“약을 먹어도 단단하게 안 되고 삽입이 잘 안 돼요.”

발기문제는 혈관 신경 손상이 심해서 생긴 합병증이었다. 이 문제까지 해결해줘야 이 청년의 모든 인생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골반뼈가 으스러지고, 여러 차례 골반 수술로 인해 골반 속이 제 모습이 아닐 텐데 수술이 가능할지 참으로 걱정이 됐다. 단단한 발기가 안 되고 있으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음경동맥혈관을 이어주는 미세 혈관 재건 수술을 생각해 볼 수도 있으나, 성 신경계 손상이 같이 있어서 성공률이 매우 낮았다. 결국 심한 손상이므로 보형물 삽입 수술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 수술의 성공 여부가 청년의 평생을 좌우할 것이었다.

성공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