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놓고 대립했던 서울시와 강남구, 박원순(왼쪽 사진) 시장과 신연희(오른쪽) 구청장 간 갈등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계속된 대립으로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 2명 모두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구룡마을 개발에서 결과적으로 강남구에 백기를 들었던 박 시장은 감정이 상해 강남구와의 정책협의에 다소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신 구청장은 상급기관인 서울시 정책에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공격적인 이미지로 정형화되고 있다.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신 구청장은 6일 오전 시청을 방문해 박 시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좌절됐다. 한국전력 부지 개발 혜택이 강남구 위주로 돌아와야 한다는 요구를 하려 했으나 문전박대 당한 것이다. 공교롭게 같은 시간 시청 로비에서 시위를 벌이던 강남구 주민자치위원 40여 명과 한 무리처럼 겹치기도 했다. 신 구청장은 박 시장 대신 행정1·2 부시장과 면담하고 돌아갔다.

서울시는 강남구를 무례하다고 공격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구청장이 주민들을 선동해 청사에 난입하면서 청사 업무를 방해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구 입장은 다르다. 현장에서 우연히 주민들과 만나 인사를 나눴을 뿐이라는 것. 강남구 관계자는 “오는 8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앞두고 신 구청장이 3월 중순부터 박 시장 면담을 거듭 요청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전부지 개발 혜택 논란은 양쪽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강남구는 관할 지역인 한전부지의 개발 혜택이 세곡동 도로 확장 등 구 현안에 주로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보다 광역적인 사업에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잠실운동장을 국제적 비즈니스·관광지역으로 키운다는 큰 목표 아래, 시는 한전부지 개발 관련 지구단위계획에 잠실운동장 등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현행법상 시는 구청 간섭 없이 직접 도시계획을 수립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소통의 달인’(박 시장)과 ‘행정의 달인’(신 구청장)은 손해만 보는 결과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