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은 분권론자다. 네트워크 신봉자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말한다. 초유의 ‘연정(聯政)’ 실험은 이런 철학에서 나왔다. 죽자고 싸움만 하던 상대 당에 함께 살림을 꾸려보자고 권했고, 이게 지금까진 돌아가고 있다. 신선하다. 정치란 으레 삿대질과 몸싸움으로 끝난다는 과거 70년의 고정관념을 깼다. 남 지사는 “연정을 하려면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또 자기 소속 집단 내에서 듣게 될 비판을 감내하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방자치도 마찬가지다. 그는 올해로 20년 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를 절름발이라고 평가했다. 인사, 예산의 대부분 권한을 중앙이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수구조가 8대2로 나눠져 있어 ‘20% 지방자치’밖에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 지방으로 권한을 이양하고, 광역자치단체는 다시 이를 일선 시·군과 도민들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게 ‘남경필 지방분권론’이다. 앞으로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정당·정파 간 의석수에 따라 부지사를 임명하고, 국회처럼 도의원의 부지사 겸임이 가능하도록 연정 제도화를 정착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잠룡에게 필수 질문인 대권 꿈을 묻자, 남 지사는 “에이, 여기까지 온 것만도 가문의 영광이죠. 5선 의원하고, 도지사 하고… 여한 없어요”라고 겸양을 했다. 하지만 곧이어 “힘뺀 스윙이 더 잘 맞잖아요?” 하고 특유의 비유를 던졌다. 무심무욕이 최고의 필승법이란 소리일까. 그러고는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도지사 선거할 때요, 야당의 김진표 후보와 붙어서 네거티브 선거전을 안 했어요. 그게 지금 연정의 기반이 된 거죠. 욕하고 싸우고 안 했으니 앙금이 없고, 부담없이 ‘같이 가자’고 제안할 수 있었죠. 1200만 명 정도 되는 집단의 리더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 느꼈어요. 제가 여유 있어 보인다고 하셨죠? 마음을 비우고 힘을 빼서 그런 겁니다. 제 좌우명이 ‘비슷한 이들 중 앞쪽(First Among Equals)’입니다. 남을 짓밟고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평행선 가운데 조금 앞서는 거요.”

지금까진 괜찮다, 이 남자.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