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일 저녁 전직 당 대표 등 당의 유력 인사들을 초청해 원탁회의를 열고 4·29 재·보궐선거에 대한 긴급 도움을 요청한다.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 출마로 야권 분열이라는 불이 발등에 떨어지면서 전패 위기감이 현실로 닥쳐왔기 때문이다.

계파를 초월하는 원탁회의를 통해 통합과 단결을 위한 조언을 구하고 재보선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취지지만 일부에서는 “들러리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호남 민심을 돌리기 위해 도움이 절실한 동교동계는 지원 거부 의사를 시사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날 저녁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리는 원탁회의에는 이해찬·문희상·정세균·김한길·박지원·박영선·안철수 의원 등이 초청됐다.

문 대표 측은 “취임 이후 개별적으로 한 분, 한 분 뵈면서 ‘우리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는 말씀을 듣고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며 “당의 통합을 강조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당대회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정·천 전 의원이 탈당, 무소속 후보로 선거에 나섰으니 문 대표로서는 선거 이후 내부 분열이라는 후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한 박 의원, 정·천 전 의원 모두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노(비노무현) 성향의 호남 민심을 다독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이 급한 문 대표와 달리 비노 진영은 아직 선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박지원·김한길 의원은 원탁회의 불참 의사를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한 지방 대학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주제로 한 강의가 예정돼 있으며, 김 의원은 건강상 문제로 참석이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문 대표의 ‘소집’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의원 측은 “선거철만 되면 호남을 찾고 선거가 끝나면 호남을 벗어나야 한다고 하니 유쾌하지 않는 것”이라며 “아직 당 선거 전략도 세워지지 않았는데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인사 60여 명 또한 지난 3월 31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권노갑 상임고문의 재보선 지원에 대해 논의했으며, 만장일치로 반대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김 의원 측에서는 “통합의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들러리 세우려는 것 아니냐”며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